한화그룹 화학계열사들이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에 비해 갑절가량 늘어난 것으로 단번에 그룹 주력분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케미칼을 필두로 한화토탈, 여천NCC 등이 일제히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삼성과 빅딜 등 화학사업 외형 확장에 나선지 2년 만에 나온 성과로 김승연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779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전년 대비 131% 증가한 수치다. 종전 최대 실적은 2010년 6551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9조258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화학 시황이 호조를 보인데다 중국 석탄 화학 침체로 반사이익을 누렸다. 폴리에틸렌(PE), 가성소다,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 등 주력 제품 스프레드(원료와 제품가격 차이)가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그동안 부진했던 폴리염화비닐(PVC) 사업은 중국 석탄 화학 규제로 국제 가격이 상승해 실적개선을 견인했다. TDI는 2014년 인수한 KPX화인케미칼을 한화케미칼로 흡수 합병한 효과가 주효했다. 주요 생산 업체들의 설비 가동이 지연된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15만톤 생산 설비를 풀가동하며 사업 진출 2년 만에 대규모 흑자 전환했다.
화학계열사 맏형격인 한화케미칼과 더불어 다른 계열사도 호실적 행진이다.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한화토탈은 지난해 1조4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 품에 안기기 직전인 2014년 영업이익(1727억원) 대비 8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2015년에도 영업이익 797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새기록을 세웠다. 한화 창립(1952년) 이후 그룹 계열사 가운데 영업이익 1조원 고지를 밟은 기업은 한화토탈이 유일하다.
한화케미칼이 대림산업과 각각 절반씩 지분 투자한 여천NCC도 역대급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4430억원을 올려 이미 종전 최고 기록인 2010년 5283억원에 근접했다. 이변이 없는한 6000억원에 근접하는 영업이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화토탈은 한화종합화학과 프랑스 토탈 50:50 합작사다. 한화케미칼은 한화종합화학 지분 36.04%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토탈, 여천NCC 활약으로 한화케미칼은 당기 순이익은 7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27% 증가했다.
금융권은 이들 3개사 지난해 영업이익이 총 2조8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1조4524억원 대비 갑절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계열사 실적에 영향을 받는 한화 실적도 대폭 개선됐다. 한화는 지난해 매출액 47조1214억원, 영업이익 1조7749억원, 당기순이익 1조3480억원을 올렸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영업이익은 134%나 늘었다.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무려 1019%다.
김승연 한화 회장 승부수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삼성으로부터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했다. 당시 화학시황은 불확실성이 높던 상황으로 일각에선 이들 기업이 성과를 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따랐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화학사업에서 잭팟이 터지면서 김 회장 선택은 `성공`으로 판가름났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해 에틸렌, PVC 등 주력 제품 가격이 연중 강세를 유지하며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면서 “올해도 화학산업 호황이 유지된다는 관측이 우세해 지난해와 유사한 규모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표] 한화그룹 주요 화학계열사, 합작사 실적 추이
자료:한화그룹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