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글로벌 친환경차 개발 `빅뱅`...주요 제조사 전략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친환경 자동차 출시 계획을 확대하고 나섰다.

1회 충전 주행 거리를 대폭 늘린 전기자동차들이 기대 이상으로 빨리 나온 데다 환경 규제가 강화된 데 따른 조치다.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 분야에서 협력이 절대 필요한 수소전기차 분야 동맹 결성이 활발해진 것도 출시 계획의 확대 배경이다.

또 자율주행자동차나 커넥트카 등 미래형 자동차가 내연기관이 아닌 친환경 차량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전략 또한 계속 구체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6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9132만대다. 이 가운데 3%인 374만대가 친환경차다. 2025년에는 전체 1억1000만대의 13%가 하이브리드, 5%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3%가 전기차와 수소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또 확대

친환경 자동차 라인업으로 하이브리드와 수소전기차만 고집해 오던 토요타는 최근 2020년에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궁극의 친환경차로 여긴 수소전기차의 확산 속도가 인프라 구축 등 문제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폭스바겐 디젤 사태 이후 유럽에서까지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환경 규제와 수요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각국 정부가 전기차에 초점을 맞춰 보조금 등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전기차 진출의 배경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배기가스가 없는 무공해차량(ZEV) 판매를 의무화하고 있다. 토요타는 프리우스나 코롤라 플랫폼을 활용, 전기차를 개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라인업을 제네시스까지 확대한다. 2020년까지 28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기로 했다. 내부로는 이보다도 더 많은 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2018년 주행거리 320㎞ 이상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수소차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전기버스, 수소버스 등도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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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018년 출시할 전기차 SUV. 한 도로주행 테스트 중인 전기차가 성남시 수정구 이마트에서 위장막에 가려진채 충전중이다. 취재 결과 이 차량은 현대차가 내년 출시예정인 SUV 전기차로 밝혀졌다. <전자신문 DB>

폭스바겐은 디젤 사태로 인해 떨어진 신뢰를 전기차 라인업 확대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2025년까지 총 30종 이상의 전기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디젤 사태 보상의 일환으로 미국 내 친환경차 확장에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전역에 걸쳐 500여개 충전소를 신설하고 친환경차를 통한 카셰어링 프로젝트 `그린시티`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폭스바겐 그룹은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포르쉐를 선두로 급속 충전 기술에 박차를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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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충전으로 600km 이상을 갈 수 있는 폭스바겐 콘셉트카 아이디(I.D.)

포드는 앞으로 5년 동안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13개종 차량에 고성능 전기차 등을 포함시켰다. 미국 시장용 하이브리드 버전 F-150과 머스탱, 유럽 시장에 선보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트랜짓 커스텀(밴)과 아시아·북미·유럽 시장에 선보일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약 480㎞ 주행 가능) 등이 대표 차량이다. 첨단 자율주행차·전기차와 함께 머스탱, 링컨 컨티넨탈을 생산하고 있는 플랫록 공장에 약 8400억원(약 7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포드는 고객들의 전기차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차종과 그에 필요한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해 삶의 질을 높여 갈 계획”이라면서 “포드의 이러한 투자와 라인업 확대는 앞으로 15년 이내에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 차량 점유율이 가솔린 차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는 물론 바이오디젤 등 대체연료차 라인업까지도 확대할 계획이다.

다임러는 2025년까지 벤츠와 소형차 브랜드 스마트(SMART)를 통해 25종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벤츠 모델은 친환경차 비율을 2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전기차 모델 개발과 생산을 위해 100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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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콘셉트카 EQ.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2018년부터 르노-닛산-미쓰비시 공용 플랫폼을 통해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고, 전기차 가격도 인하할 계획이다. 르노와 닛산은 각각 2012년과 2010년부터 전기차를 출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협력을 통한 시너지는 없었다. 공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배터리·모터·인버터 등 관련 부품을 공유하고, 공동 구매해 가격을 낮출 예정이다.

◇친환경차 개발 협력 확산

충전 인프라 구축은 전기차와 수소차 확산을 위한 선제 조건이다. 정부가 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선다고 해도 거액의 투자가 발생하는 만큼 정부나 어느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서 기업들의 협력이 잦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완성차·에너지 업체와 정부가 수소차, 충전소 확산에 힘을 모았다. 정부가 충전소 구축 비용을 지원하고, 토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완성차 3사는 수소 충전소 운영비를 지원한다. 이 같은 협력에 힘입어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320개로 늘리고, 수소연료 전지 자동차도 2030년까지 80만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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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와타니 수소충전소 직원이 수소차를 충전하는 모습. 이 충전소 운영비용은 일본 완성차 3사가 지원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8월 민간과 정부가 수소융합얼라이언스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추진단은 이달 안으로 공식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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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8월 열린 수소 융합 얼라이언스 발족식 모습

개발 부문 협력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경쟁자와 협력 파트너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문에서 공동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혼다와 GM은 친환경차 개발 제휴 범위를 확대, 수소연료전지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는 완성차·에너지 기업 등이 모여 `수소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수소에너지를 대체에너지로 사용해 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하고 수소 에너지 확산을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전기차 부문에서의 개발 협력도 확산되고 있다. 토요타와 마쓰다는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협력을 맺었다. BMW, 폭스바겐, 다임러, 포드 등은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유럽 전역에 350㎾ 급속충전기를 구비한 전기차 충전소 400여개를 구축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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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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