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요금인하 압박을 저지하기 위해 곪아가는 실적을 고백해야 하지만 투자자 눈치를 보느라 그럴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적당히 포장을 하지만 실상은 심각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지난해 매출 51조2867억원, 영업이익 3조72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2.4% 늘었다.
영업이익은 3사를 합쳐 893억원이 늘었다. 이는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반대론자로부터 요금인하 빌미가 되고 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단통법으로 마케팅비 지출을 줄이고 큰 이익을 얻었으니 요금을 인하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통신 3사 실적을 낱낱이 뜯어보면 근거가 빈약한 주장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통신사 수익의 원천은 `무선`이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데다 2세대(2G), 3세대(3G), 4세대(4G)로 진화하면서 요금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한 번 인프라를 구축하면 좀처럼 변할 일이 없는 유선과는 다르다.
그런데 무선이 심상치 않다. 우선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가 포화 상태다. 가입자 중 LTE 비율은 SK텔레콤 71.2%, KT 75.5%, LG유플러스 87.8%다. 실적 상승 여력이 적다는 의미다.
지난해 통신 3사 무선 사업 실적은 좋지 않다. 매출 25조2003억원으로 전년보다 490억원(-0.2%) 줄었다. 통신사가 단통법 효과를 봤다면 지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 매출이 증가해야 맞지만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나마 LTE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LG유플러스가 없었다면 통신 3사 무선 실적은 더 나빴을 것이다.
통신 3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난 것은 무선 이외 유선이나 콘텐츠 등 다른 사업부문이 선방한 덕이 컸다.
SK텔레콤은 유선을 책임지는 SK브로드밴드 매출이 전년보다 2120억원(7.7%) 증가한 2조9430억원을 기록했다.
KT는 미디어콘텐츠 부문 매출이 2629억원(15.8%) 늘며 1조9252억원을 달성했다. LG유플러스도 유선사업(TPS 기준) 매출이 1414억원(9.8%) 증가했다.
그럼에도 `마케팅비 지출이 줄어든 건 사실 아니냐`는 주장이 여전하다. 통신 3사 마케팅비 지출은 지난해 2482억(-3.1%) 줄었다. 단통법 영향으로 마케팅비 지출이 감소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택약정(20% 요금할인)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택약정은 약정기간(1년 또는 2년) 매달 요금 20%를 깎아준다. 당장 마케팅비가 안 나가는 것보다 매출 하락 효과가 크다.
지난해 순증한 선택약정 가입자는 660만명이고 1년 약정한 사람이 30%, 2년이 70%다. 이를 통신 3사 무선 평균 가입자당매출(ARPU) 3만6000원에 대입하면 9694억원의 매출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선택약정 가입자가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면서 효과를 상쇄하는 사례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는 한 매출 하락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 감소분은 당장 드러나지 않고 향후 1~2년 사이 꾸준히 통신 3사 실적을 갉아먹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실적을 면밀히 살펴보면 단통법과 무관한 유선이나 사물인터넷(IoT), 인터넷TV, 콘텐츠 등 분야에서 매출이 늘었다”면서 “무분별한 요금인하 요구가 계속된다면 통신사 투자의욕이 꺾이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3사 2016년 매출 및 영업이익 현황>
<통신3사 2016년 무선사업 실적>
<통신3사 호실적 부문 비교>
<통신3사 2016년 마케팅비 지출 현황>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