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간산업으로 불렸던 국내 카드산업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밖으로는 글로벌 카드사 수수료 인상이 시작됐고, 안으로는 정부 규제에 가로막혀 신산업 발굴이 멈췄다. 핀테크 등 새로운 지불결제 환경이 도래했지만, 자생력 없는 제로섬 경쟁만 지속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비자카드에 이어 중국 은련까지 해외결제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유료로 전환했다.
비자카드는 지난 1월부터 해외 결제 수수료를 10% 인상했다.
해외이용 수수료는 국내 신용카드 고객이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할 때 비자 등 국제카드사 결제망 사용 대가로 내는 수수료다. 해외 이용 수수료가 1%면 해외에서 100만원짜리 물건을 사면 1%인 1만원을 카드사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국내 카드사는 비자의 일방적 인상에 반발해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결국 비자 결제 수수료 인상분을 국내 카드사가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카드 소비자 서비스를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최대 카드사인 은련도 그동안 면제해줬던 해외이용 수수료를 0.8%씩 받기 시작했다. 국내 카드사는 수수료 인상분을 당분간 각 사가 부담할 예정이다.
마스터, 일본 JCB 등도 조만간 해외결제 이용 수수료 인상을 검토한다.
글로벌 카드사들이 잇따라 해외 결제 수수료를 인상하게 되면서 늘어나는 국내 카드사 부담은 수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정부 규제도 국내 카드사 자생력을 강화하는데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별도 협의회를 만들어 국내 근거리무선통신(NFC)결제 표준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카드사 주축으로 모바일 협의체를 출범하고 NFC시범 존을 구축할 계획이다. 단말기 개발도 완료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현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카드사의 가맹점 단말기 무상 보급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NFC시범사업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가맹점에 통합 동글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법이 개정되면서 가맹점에 결제 단말기를 무상으로 깔아주는 행위가 금지됐다.
은련 등이 정부 지원으로 중국 내에서 수천억원대 단말기 보급 사업에 나선 것과 대조된다.
지급결제 등 카드사 주력사업도 IT기업의 도전에 위협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기업과 핀테크 업체의 지급결제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자체 플랫폼에 신용카드나 은행계좌를 연계해 플라스틱 카드 대체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급결제 틈새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특히 애플페이나 알리페이, 안드로이드페이 등 플랫폼 확대는 향후 카드업계 협상력을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독과점 지위를 활용해 수수료 부문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여신금융연구소 관계자는 “ICT기업에 대비한 카드사 공동 인프라 구축 및 플랫폼 대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다양한 지급결제 관련 기술 표준화를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