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지 프로슈머 시대, 제도 개선으로 물꼬 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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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산업은 새로운 정책 수요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신 기후 체제가 출범한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지고 미세먼지 저감 등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정보통신·전자 등 다양한 이종 산업과 기술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전통 정보기술(IT) 기업도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개발에 투자하는 등 에너지 신기술과 플랫폼을 조기에 선점하려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바로 에너지 신산업이다.

국내 에너지 신산업은 정부 정책 지원에 힘입어 짧은 기간 안에 빠르게 성장했다. 전기차 보급 대수는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누적 1만2000대를 초과했고, 태양광 누적 설비 용량은 2015년 1기가와트(GW)를 돌파해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태양광 시장으로 성장했다. 에너지 신산업을 좀 더 빠르게 확산시키기 위해 정부는 올해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1400만원으로 인상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10년 앞당겨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11%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율을 10%에서 50%로 대폭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한 산업체와 빌딩 전기요금을 10% 할인하는 인센티브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먼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50만대에 육박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전기차 보급은 아직 미미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기의 60%를 공급하는 덴마크와 비교하면 우리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과 같은 소규모 분산 전원과 새로운 유형의 에너지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려면 현재의 인센티브 중심 정책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무인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주행하려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을 전제로 마련된 도로교통 법제의 손질이 필요하듯 석탄·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사업자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는 전력 시장의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 성과 확산 및 규제 개혁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전력 시장 규제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골자는 `전기차 충전사업`,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생산한 전력을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하는 `기업형 프로슈머`,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소규모 전력 자원을 모집해 거래하는 `전력중개사업`를 전기 신사업으로 정의하고 등록만으로 사업자 자격을 부여하도록 요건과 절차를 크게 간소화하는 것이다. 제도가 개편되면 전력 시장에 참여하는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짐으로써 다양한 민간 사업자가 등장하고, 소비자는 한국전력공사뿐만 아니라 이들 사업자로부터 전기를 구매할 수 있어 선택권도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이러한 제도 개선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에 민간의 참여와 투자를 유도하고, 새로운 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되기를 희망한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michael@moti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