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잇달아 건설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파트에 홈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대형 건설사와 손잡고 있다. 스마트 도어록부터 빌트인 가전까지 입주민의 삶을 다채롭게 해 줄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다.
전통 통신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던 통신사에는 호재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으로 한 번에 대규모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을 끈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 보면 실상은 다르다. 대형 아파트에 홈 IoT를 공급하더라도 통신사는 남는 게 없다. 마진을 남기지 않거나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건설사에 납품하는 게 암묵 트렌드다.
이는 홈 IoT를 건설사의 협력 없이 시장에 공급하기 힘든 구조 때문이다. 건설 공사가 주 사업이라면 홈 IoT는 일부 하도급 사업에 불과하다. 홈 IoT 가입자 확보가 시급한 통신사는 건설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지만 여기에도 갑과 을은 존재한다.
결국 신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아파트, 스마트 빌딩이 탄생했지만 가격은 기존 건물과 차이가 없다. 아파트 가격 경쟁력을 위해 홈 IoT 공급 비용이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되는 것을 건설사는 `갑`의 입김으로 막았다.
당장은 통신사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으면 피해 보는 곳은 아무도 없다. 건설사는 최신 아파트를 짓고 입주민(소비자)은 저렴한 가격에 홈 IoT를 누릴 수 있다. 초기의 홈 IoT 시장 확산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일부는 말하지만 기형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홈 IoT 제품 개발과 생산 비용이 어디로 사라지진 않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는 홈 IoT 저가 공급이 최단 2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저렴하지만 서비스 과금 체계로 바꿀 예정이다. 손해 본 홈 IoT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방법이다. 결국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홈 IoT는 비용을 초래하고, 이는 시장 안에서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 초기 시장인 만큼 `갑`의 위치에 있는 건설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