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화랑’이 반환점을 돌아 엔딩을 향해 치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또 다시 곤두박질치는 모양새다.
KBS2 월화드라마 ‘화랑’의 대진표는 안 좋았다. 지난해 12월 19일 첫 방송 당시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1위 드라마’로 안정적인 자리를 잡은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랑’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이하 동일) 6.9%로 저조한 성적으로 시작했고, 같은 날 ‘낭만닥터 김사부’는 20.4%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화랑’의 고전은 계속됐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결방된 날을 제외하고는 7.2%(2회), 8.0%(6회), 6.9%(7회), 6.7%(9회)를 차지했다. 9회는 최저 시청률인 날이었다.
이 모든 것이 ‘화랑’의 운 없는 대진 탓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계속 승승장구하다가 27.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막지 못한 독주였다.
실제로 ‘화랑’은 ‘낭만닥터 김사부’ 종영날이었던 지난달 16일 다음날이었던 17일, 10회에서 8.3%를 기록했다. 저조하긴 하지만, 이전회가 최저 시청률인 6.7%였음을 감안할 때 상승폭은 컸다. 이어 곧바로 11.0%(11회)를 기록하며 이례적이었던 3회를 제외,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13.1%를 차지한 3회 방영 당시에는 ‘낭만닥터 김사부’가 결방했다.
기대도 잠시, ‘화랑’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12회는 10.5%로 0.5%P 하락한 수치를 보였으며, 13회와 14회는 각각 9.7%와 9.1%였다. 심지어 지난 6일 방송된 15회는 0.5%P 하락해 8.6%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제자리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시청률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은 SBS ‘피고인’이 첫 방송을 하던 때였다. 지난달 23일 첫 선을 보인 ‘피고인’은 ‘화랑’의 최고 시청률(3회 13.1%)보다 높은 수치인 14.5%로 출발했다. 이후 14.9%(2회)에서 18.7%(4회)까지 급상승하며 2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MBC ‘불야성’이 3~4%를 맴돌며 고전하고 있었기에, ‘화랑’은 2위에 머무르며 자존심은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둑’(이하 ‘역적’)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역적’은 8.9%로 시작해 2회에서는 단숨에 10.0%로 진입, 가장 최근 방송된 지난 6일분인 3회에서는 10.5%를 찍으며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동일한 날에 방송된 ‘화랑’이 8.6%였던 것을 보면, ‘화랑’의 시청자들마저 ‘역적’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결국엔 작품성의 문제다. 작품성이 좋은 드라마는 그 어떤 경쟁상대가 와도 고정 팬층이 있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피고인’만 보더라도 다소 느린 전개로 답답함을 자아내긴 했지만, 구멍 없는 연기력에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화랑’은 계속해서 동시간대 경쟁작에 이리 밀리고 이리 치이고 있다. 사전제작임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왜 사전제작을 한 것이냐’고 지적할 정도다. 퓨전이긴 해도, 사극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인 전투신마저도 ‘학예회’같다는 평을 받으며 조잡함과 허술함을 지적당했다.
어울리지 않는 OST와 편집방식부터 드라마 전개 역시도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어설픈 러브라인과 근거가 부족한 삼맥종(박형식 분)의 추후 ‘왕밍아웃’ 등을 걱정하고 있다. 완급조절을 잘 하지 못해 캐릭터는 매력을 잃었고, 내용은 답답함을 뚫리게 할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쳤다.
선우와 삼맥종은 회마다 ‘누구에게 비중이 쏠렸네 아니네’ 갑론을박이 일 정도로 중요도가 왔다 갔다 한다. 아로(고아라 분)는 밝고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주인공을 위험에 빠뜨리며 곤경을 벗어나는 ‘캔디형 여주인공’로, ‘민폐여주’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그래도 그나마 선우와 삼맥종의 고정 팬층이 있어 어느 정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울러 이제 드디어 선우와 아로는 키스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러브라인의 가속화를 기대해볼 법 하다. 화랑들은 백성들을 위해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며, 진정한 화랑으로 거듭난 모습을 보였다. 충분히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화랑’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5회. ‘피고인’과 ‘역적’을 이길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더 나은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어야 체면을 세울 수 있다. 사전제작이기에 이미 정해진 결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