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누구에게나 이름은 소중하다. 특히 연예인에게 이름이란 고유명사와 다름없다. 이름이 겹치는 연예인이 있을 경우 가명을 쓰기도 하고, 예명으로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낼 정도다.
윤두준, 양요섭, 이기광, 용준형, 손동운 다섯 명은 이렇게 중요한 이름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비스트’라는 이름은 전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에 상표권이 귀속되어 있다. 때문에 비스트는 최근 새 소속사 어라운드 어스를 설립했고, 본인들 또한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굳혔다.
업계 관계자들과 대중의 우려는 컸다. 오랫동안 활동하며 국내외로 쌓아온 이들의 인지도는 ‘비스트’에 묶여있었다. 약 7~8년간 쌓아온 팀의 이미지가 이미 굳어져 있어, 새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림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멤버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면 각자의 모습보다 ‘비스트’가 먼저 떠올랐고, ‘비스트’라는 이름 없이 개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멤버들 역시 데뷔 때부터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고, 이름마저 법적인 사항에 얽혀있는 등 처음 겪는 상황에 불안함을 겪기도 했다.
윤두준은 JTBC ‘뭉쳐야 뜬다’에 출연해 속내를 털어놨다. 윤두준은 이적에 대해 “처음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니까 겁이 나더라”고 밝혔다. 아이돌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도 “(아이돌은) 환경이 한 번에 바뀐다”며 아이를 낳으면 절대 아이돌을 시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손동운 역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해 ‘비스트를 비스트라 부를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전(前) 비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명수에게 “‘전’이라고 얘기하셨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다”라며 “‘현(現)’인데 ‘현’을 ‘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있다”고 말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비스트는 모두의 걱정을 깨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는 중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방편은 ‘개인 활동’이었다. 다섯 멤버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꾸준히 대중과 만나고 있다.
윤두준은 브라운관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멤버다. ‘뭉쳐야 뜬다’, MBC ‘나혼자산다’ 등 게스트로 출연했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도 출연한다. tvN ‘편의점을 털어라’와 곧 방영될 ‘집밥 백선생3’을 통해서는 MC로서 능력을 어필한다. 이기광 역시 ‘나혼자산다’에서 보지 못했던 진솔함을 뽐냈다.
양요섭은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무영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뮤지컬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고자 한다. 손동운은 최근 유재환과 함께 미니앨범 ‘유니버스(Universe)’를 발매했다. 여기에는 양요섭이 피처링 참여도 했다. 가수 외 프로듀싱팀 굿라이프로도 활동 중인 용준형 역시 ‘도니의 히트제조기’에서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다섯 멤버들의 모습은 여느 아이돌의 개인 활동과는 와닿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새 소속사도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명확한 팀 이름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멤버들의 선택은 현명했다. 이 같은 행보는 대중이 멤버들을 잊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향후 팀으로 컴백했을 때 시너지를 끌어 모을 수 있는 부분이다. ‘비스트’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팬들에게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행동이다. 팬들은 그 누구보다 다섯 명에게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면서도 ‘컴백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을 가질 이들이다. 아직 그 어떤 말도 확실히 할 수 없는 멤버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팬들을 위해 제자리에서 최선의 대답을 하고 있다.
아이돌이 상표권 분쟁을 겪는 일은 흔치 않은 경우다. ‘7년차 징크스’조차 버티기 힘든 아이돌 시장 속에서 난관을 헤치면서 온전히 살아남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반대로, 다섯 멤버들이 비온 뒤 땅을 굳힌다면 희망찬 선례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더욱 끈끈해진 의리로 그 어떤 시련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힘도 갖추게 될 터다.
소속사 어라운드어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멤버들의 개인활동에 대해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보니 좋은 기회가 있으면 참여하는 거다. 이런 소식을 팬들에게 들려줄 수 있으니 더욱 좋다”며 “‘비스트’라는 이름을 쓰지 못해 힘든 점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개인활동에는 지장이 없으니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 대해 멤버들의 불안함이 없을 순 없겠지만,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크다. 오히려 돈독해지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멤버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