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행정원이 부족해 연구하는 학생에게 행정업무를 시킬 수밖에 없다. 직접비 내에서 연구보조원을 채용할 수 있게 해달라.”(이수재 한양대 산학협력단 부단장)
“과제마다 발생하는 행정업무는 연구비가 소액이어도 개수는 비슷하다. 큰 과제는 지원받고 작은 과제는 지원받지 못한다. 연구원이 행정을 다 한다. 간접비를 줄이더라도 직접비로 행정 지원 전담인원을 채용할 수 있길 바란다.”(조일연 ETRI SW기반기술연구본부장)
2일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연구자 중심의 간접비 제도개선을 주제로 `제4회 현미경(現微更)` 회의가 열렸다. 이날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산학협력단 교수, 간접비산출 위원회 위원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간접비는 인력지원비, 연구지원비, 성과활용지원비 등으로 사용된다. R&D 과제를 하는데 드는 수도요금, 전기요금, 연구장비 구매 등 공통 비용이 들지만 개별 과제에서 직접 산출할 수 없는 비용을 뜻한다. 연구과제 1억원 중 약 20~30%가 간접비로 계산돼 기관이 떼어간다.
간접비를 둘러싸고 의견이 모두 갈린다. 조만호 연세대 연구처 부처장은 “보직을 맡으면 간접비 비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교수로 돌아가면 간접비를 줄여야 한다고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김형하 표준연 바이오임상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산업협력단과 연구자 입장이 너무 다르다 보니 외부에서 제도 개선이나 예산 문제를 해결할 때 어려움이 있다”면서 “각 학교 안에서 연구자와 산단이 많은 소통 끝에 통일된 의견을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연구 간접비 `사용용도`를 확대키로 했다. 간접비로 1억원 이상 공동연구장비 구입이 가능하도록 공동관리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9~10월엔 총 6개 대학과 기관(서울대, 부산대, 연세대, 한양대, KIST, KAIST)의 연구 간접비 용도별 현장점검을 했다.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부처별로 상이한 연구비 집행기준 현실화를 위해 `정부R&D 연구비 관리규정 통일방안`을 마련했다.
연구자들은 기관이 떼어가는 간접비가 연구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해 성과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문봉진 GIST 교수는 “외국 생활 20년 중 오버헤드(간접비) 담당 행정직원을 만나 일일이 설명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한국에 오니 그런 제도가 많이 부러웠고, 연구에 쏟은 시간 못지않게 행정에 밤새면서 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지원부서가 연구자에게 적절한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R&D 과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학은 참여제한, 환수처분 등 제재조치가 연구책임자인 교수에게만 집중되고, 산학협력단 등 연구지원 부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미래부는 연구자가 연구에만 전념하고 기타 행정 처리는 연구 지원부서가 수행해 연구자를 적극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유인책 마련하기로 했다.
수원=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