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유지훈의 힙합읽기] ‘Father’-양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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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을 떠올리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아무래도 감정 표현에 서툴고 거친 이미지가 강할 겁니다. 그들은 아내와 자식이 예상 밖의 행동을 하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때때로 매를 들것만 같죠. 저는 때때로 그 수많은 아버지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됐는지 고민합니다.

‘파더(Father)’는 2013년 1월 21일 양동근이 정규 5집 앨범을 내기 전 발매한 디지털 싱글입니다. ‘기브 투 미(give to me)’로 호흡했던 도끼(Dok2)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만든 노래입니다. 강한 힙합 비드에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 양동근의 랩이 어우러져 먹먹한 느낌을 줍니다.

이 노래는 도끼와 양동근이 어렸을 적, 그리고 성인이 되어 다시 생각해보게 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풀어낸 곡입니다. 어떤 반전이나 재미 요소는 없지만 자꾸만 곱씹게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헌신’할 능력을 가지지 못한 부모의 타락, 그 가정에서 내어난 아이가 성장해나가며 느끼는 변화가 이 노래의 백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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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한 여자를 사랑했고 결혼에 성공해 가정을 꾸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여러 일터를 전전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몸에 남은 수많은 흉터와 손에 붙은 굳은 살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들 B가 태어나며 빈곤은 더욱 심해져만 갔습니다.

과거의 A는 아내를 끔찍이 사랑했습니다.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 품을 내어주고 싶지 않을 만큼 말이죠. 하지만 A는 어느덧 괴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일하다가 굳은살이 베긴 손으로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그는 아들 앞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단 것을 자책하며 자꾸만 술을 마셨습니다.

사실 이 폭력은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넣은 불공평한 세상, 빈곤, 고독, 괴로움, 쓰디쓴 소주잔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는 자신의 밑바닥을 아들에게 보여준 셈이었습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충성한 A와 그의 가족은 이렇게 길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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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B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을 그저 참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였기에 아버지의 폭력을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위경련 때문에 고통스러운 배를 움켜쥐며 입술을 깨무는 모습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과 함께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됐습니다.

이웃들은 별다른 해결책을 내리지 못합니다.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는 그저 통곡하며 기도를 할 뿐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웃은 “아빠가 또 엄마를 때리면 울어버려라”라고 조언해줍니다. B는 어른들의 말에 더욱 무기력해져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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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B는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했고 아버지와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이좋게 앉아 담배를 태우며 미소를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마시는 ‘클래식’ 소주를 기분 좋게 넘길 만큼 어른이 되진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이 부자를 보며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B는 이 잔소리마저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B는 과거를 회상합니다. 아버지의 폭력에도 이를 악 물고 버틴 어머니를 떠올리며 존경을 표합니다. 또 앞으로 자신이 마주할, 그리고 아버지가 이미 마주했던 혹독한 사회 앞에 무너지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현재 주름진 얼굴의 아머지, 잠을 자지 못해 뒤척이는 어머니가 이 다짐을 더욱 굳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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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소정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부모의 보살핌과 함께 성장합니다. 하지만 이 보살핌은 때때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특히나 ‘사랑의 매’라는 말은 너무나 이상하죠. 사랑하는 아이에게 매질을 한다니, 도통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능합니다. 회초리로 나쁜 버릇을 고치던 옛 선조들의 교육 방식이 남아있는 거니까요. B에게는 여전히 A의 폭력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당시를 떠올리면 너무나 밉겠죠. 하지만 그에게 가족은 특별한 존재였기에 아버지를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저는 A가족의 이야기를, 조금 더 순화시켜 우리 이야기로 끌어들이고자 합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가족에게 받았던 상처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그 상처들은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역시 가족이기에 이해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는,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가 아닐까요. 물론, A의 가정 폭력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