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김기리가 깨부순 ‘희극인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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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개그맨은 다재다능해야한다. 남을 웃기는 것은 물론, 콩트를 이끌어가는 연기력,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들어야 하는 재치, 무대 위에 올라 관객을 집중 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가창력까지 필요하다. 그리고 이젠 랩실력까지 갖춰야한다.

김기리는 지난 17일 종영한 JTBC 예능프로그램 ‘힙합의 민족2’에 출연했다. 단발성이 아니었다. 모든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연전연승하며 최종 10인까지 살아남았다. 마지막 녹화를 마친 그는 “시원섭섭하다”며 미소를 보였다.

“한해 마무리를 힙합으로 했잖아요. 2017년의 저는 ‘힙합이여 아디오스’라는 마음이었어요. 래퍼로서 무대에 서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어요. 예전에 ‘불후의 명곡’에 나와서 랩을 한번 절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힙합의 민족’ 출연 이후부터, 내 일처럼 되어버리니까 겁이 안 나더라고요. 예전이랑 확실히 느낌이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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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김기리의 첫 무대는 블라인드 테스트였다. ‘굿 타임즈(Good Times)’를 열창하던 그의 한 손에는 술병이 쥐어져있었고 원곡자 팔로알토와 비슷한 목소리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흥겨운 그의 랩이 이어지자 모두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어 베팅을 했다.

“처음 ‘굿 타임즈’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부터 ‘나랑 비슷한 부분이 있으신데?’ 했어요. 많이 듣다보니까 비슷하게 나왔을 것 같아요. 바로 느낌이 바로 왔죠. 특히나 랩은 자기스타일들이 확고하잖아요. 보이비 호랑나비가 좀 괜찮았는데 최종적으로는 ‘굿 타임즈’였습니다.”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노래로 첫 인상을 남겼지만 최종적으로 김기리를 선택한 것은 브랜뉴뮤직이었다. 하이라이트 역시 그에게 배팅했지만 브랜뉴뮤직보다는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팔로알토는 지금껏 자신의 노래를 불렀던 참가자에게 배팅하지 않았었다. 김기리는 팔로알토의 눈에 들었던 유일한 참가자였던 셈이다.

“브랜뉴뮤직 가길 잘했죠. 프로듀서들이 저보다 더 열심히 해줬어요. 피타입형. 마이노스형, 한해가 그랬어요. 거의 떠다 먹여준 수준?(웃음) 저는 건치였던 거예요. 정말 잘 씹어 먹고 잘 소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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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김기리는 ‘힙합의 민족’을 통해 많은 래퍼들과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 자리 잡은 것은 한명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마이노스에 대한 찬양을 이어나갔다. 유머감각, 음악을 대하는 자세, 래퍼로서의 자질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마이노스 모르면 그건 힙합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개그만 잘 짠다고 좋은 개그맨이 아니잖아요? 마이노스 형은 인격적으로도 화제가 되어야 해요. 랩을 가쳐줄 때 답답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천천히 하나하나씩 알려줬어요. 대한민국 최고의 래퍼입니다.”

시작은 브랜뉴 뮤직이었지만 그가 마지막 무대에 오르기 직전 택한 프로듀서는 딘딘이었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일어난 이 선택은 시청자들은 물론 참가자들에게도 이유를 추측하기 어려웠다. 김기리는 “모두를 위해”라는 이유를 밝혔다.

“브랜뉴 소속 참가자들은 똘똘 뭉쳐있었어요. 그래서 누구도 브랜뉴를 떠나기 싫었고요. 저는 그 분들한테 ‘어디 갈 거냐’고 다 물어봤어요. 그랬던 무조건 브랜뉴와 하고 싶대요. 다른 팀에 있던 참가자가 브랜뉴를 선택할 것을 알고, 자리가 부족하니까 그 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갔던 거에요.”

“차선책은 딘딘이었어요. 하지만 그를 무시한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에요. 딘딘은 평범한 래퍼가 아니에요. 무대를 유쾌하게 구성할 줄 아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저의 장점을 잘 살려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기리와 딘딘이 선보였던 마지막 무대는 강렬했다. “우리 우승할 수 있을 거 같냐?” “당연히 못 한다”는 대사로 인트로를 장식했다. 공개적으로 부담을 털어버린 그들은 그 어떤 래퍼들보다 흥겨운 분위기를 선사했다. 김기리와 딘이 뭉쳤기에 나올 수 있는 에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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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개그콘서트’ 무대와 저는 조금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대신 관객들이 웃는지, 환호 하는지의 차이가 좀 있죠. 관객들이 소리를 치면서 방방 뛰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니까요. 지금까지는 희극인으로서 이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던 거니까요. ‘힙합의 민족’은 제 직업 안에 있는 하나의 장르처럼 느껴졌어요.”

“앨범을 내게 된다면, 정말 재밌겠죠? 만든다면 진짜 심혈을 기울일 것 같아요. 피쳐링도 기대하셔도 될 거 같아요. 일단 에미넴을 섭외 할 거고요.(웃음) 미리 말씀드립니다. 총 프로듀싱은 마이노스 형이 맡고, 작사는 한해, 제작비는 딘딘이 댑니다. 뮤직비디오에는 박준면과 피타입이 출연해 러브라인을 그리죠.”

무대를 뜨겁게 달구던 김기리는 이제 어엿한 SBS ‘초인가족’을 통해 배우로서 대중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박희본, 인피니트 호야와 함께 주인공 박혁권의 직장 동료로 나선다. KBS2 ‘직장의 신’ ‘최고다 이순신’, SBS ‘딴따라’ 등에 특별 출연하며 쌓아왔던 내공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개그맨부터 래퍼, 배우까지, 김기리의 다재다능함은 2017년 ‘초인 가족’과 함께 만개할 예정이다.

“정말 좋은 기회고 축복 받은 일이에요. 예전부터 연기를 정말 해보고 싶었거든요. 옛날 선배들은 연기와 개그활동을 자유자제로 하셨었어요. 연극, 드라마, 영화 다 했었죠. 그런데 요즘의 개그맨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벽을 한 번 깨보고 싶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