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문화계 특정 인사를 차별한 혐의 등으로 각가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나란히 소환됐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조사 시각을 10분 정도 넘겨 특검 사무실이 있는 대치동 대치빌딩에 도착, 취재진을 만나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수의가 아닌 사복을 입었으며, 전날 소환 통보를 받고 건강이 좋지 않은 이유로 조사를 거부한 바 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오후 2시 조사 시각을 5분 정도 넘겨 출석했다.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사복을 착용했다.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배경은 무엇인지, 실제로 얼마큼 차별적인 지원이 이뤄졌는지 등을 전반적인 사안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윗선의 개입은 없었는지를 캐내는 것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특검은 두 사람의 증언을 교차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날 함께 구속됐다. 두 사람은 2014년 공모해서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문체부 쪽으로 내려 보내 시행한 혐의를 받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문화계 인사 및 단체에 대한 지원을 차별하고자 마련된 문건이다.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약 1만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