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선 미르재단 前이사 “최순실-최경희-차은택 만난 적 있다” 증언…미르재단 추진 사업과 靑 주도사업 연결 정황 대거 드러나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가 최순실 씨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이 학교 외 장소에서 만났다고 증언했다.
앞서 최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최씨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최 전 총장의 위증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6차 공판에 이 전 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최 전 총장과 최씨, 차 전 단장 등이 만난 적이 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대 내에 에꼴 페랑디와 미르재단이 함께 하는 제휴 사업인 ‘페랑디미르’ 요리학교 설립을 위해 최 전 총장을 찾아간 바 있다”며 “차 전 단장이 같이 가자고 해 이대 총장실로 갔다”고 밝혔다.
또한 “이대 총장실로 가기 전, 차 전 단장으로부터 최 전 총장과 최씨 등과 함께 63빌딩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청문회에서 최 전 총장이 최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 전 총장이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다고 판단해 현재 수사 중이다.
이 전 이사는 “이대에 규격이 맞는 공간이 없어 ‘페랑디미르’를 세우지는 못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날 재판에서 최씨가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에서 추진했던 사업들이 청와대가 주도하는 사업과 연결됐다는 정황이 대거 드러났다.
미르재단이 추진했던 사업 중 프랑스 요리전문 교육기관 ‘에꼴 페랑디’의 국내 분교 유치,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아동 영양식 개발 등이 청와대 주도 사업에 포함된 것이다.
이 전 이사는 “최씨가 에꼴 페랑디와의 사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최씨가 ‘정부 부처와 협조할 필요가 있으면 안 전 수석과 상의하라’고 말했다고 전해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에꼴 페랑디와의 사업과 관련해 청와대 회의에도 여러 차례 참석했다”며 “회의가 잦은 것에 대해 조금 귀찮다는 태도를 보이자 청와대 비서관이 ‘V가 관심이 많다’고 했다. V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씨가 빈민국 아동을 위한 영양식을 빨리 개발해보라고 한 적이 있다”며 “개발 도중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프로그램에 영양식 사업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았고, 그 뒤 청와대 회의에도 참석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전 이사는 안 전 수석과의 첫 만남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전 이사는 “안 전 수석과 처음 만난 회의는 청와대가 미르재단 관계자들을 불러 격려하는 취지였다고 느꼈다”며 “안 전 수석은 ‘정부의 방향과 미르재단의 방향이 같다. 애로사항을 말하면 도와주겠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오전 이 전 이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쳤으며, 오후에는 정현식 전 K스포츠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