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미래를 준비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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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밝았다. 지난해 과학기술과 산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미국은 `첨단 제조 파트너십`,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일본은 `산업 재생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목표는 한곳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는가.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대응 능력 수준은 세계 25위였다. UBS는 세계 각국의 노동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SOC), 법제 보호 장치 등을 종합 판단해 순위를 매겼다.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이 각각 1~5위를 차지했다. 일본과 중국도 4차 산업혁명 적응도가 매우 높은 나라로 선정됐다.

국가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구성원으로서, 한국화학연구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화학 산업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미래 핵심 소재와 미래 의료 체계에 맞는 진단 및 신약 연구, 화학공정 설계 및 운영 등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계한 화학 기술은 필수라고 본다.

그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는 혁신 중추로서 국가 경제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이던 우리는 `과학기술입국`을 기치로 내걸고 1966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화학·에너지·기계 등 주요 산업 및 학문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따라잡고, 현재 20여개 출연연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배터리 등 거의 모든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이 출연연 연구원의 손을 거쳤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린 정보화혁명 시대에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과거 방식이 앞으로도 유효할까`라고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출연연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능동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가.`

지난해 8월 25개 출연연은 `출연연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미래 혁신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출연연이 최초로 시도하는 자발 혁신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R&D 정책 및 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현장 공감대 형성이 부족, 수동에 그친 실행에 머물러 왔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현재 수립되고 있는 출연연 혁신 전략은 출연연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능동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유연한 시스템과 기술 혁신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출연연 미래 혁신은 크게 3대 전략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전략인 연구 경쟁력 혁신은 출연연이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 것인가(WHAT)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년 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프런티어 연구, 국가·사회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 연구개발(R&SD) 2개축으로 출연연의 핵심 연구 역량을 집중해 나가자는 논의다. 두 번째 전략인 시스템 경쟁력 혁신은 이런 프런티어 연구와 문제 해결형 R&SD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HOW)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출연연 간 융합과 협력 체계를 고도화하고, 출연연을 넘어 산·학·연·간 융합 연구 강화를 위한 협력 플랫폼 구축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전략은 인재·문화 경쟁력 혁신이다. 혁신을 추진하고 완성하는 주체는 사람, 즉 연구자다. 우수한 연구자가 출연연에 찾아 올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연구 문화를 바로세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 개선과 출연연 구성원의 자기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사람이라는 핵심 자원을 놓치면 조직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출연연은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돌파구와 성장 동력 제공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사명은 4차 산업혁명을 넘어 그 이후 패러다임의 변화에도 유효할 것이다. 이번 출연연 혁신 전략 수립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이자 초석이 될 것이다.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장 khlee@kric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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