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해외에 송금하기 위해선 은행계좌, 공인인증서가 필요해요. 둘 다 없이 IT를 이용해 간편하고 싸게 송금하는 기술을 개발, 국내 동남아시아 근로자 27만명을 공략할 겁니다.”
양재봉 머니택 대표는 “은행이 생기면서 송금업을 독점했다”며 “그러나 은행 문턱은 높고 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근로자들은 송금하려고 해도 본국에 있는 가족들 50%는 은행계좌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은행 송금수수료는 저개발 국가의 하루 일당보다 높을 때도 있다”며 “머니택은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쉽고 빠르고 안전한 국제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돈에 꼬리표를 달아 돈이 어디로 가는지 투명하게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돈(Money)과 꼬리표(Tag)를 합한 `머니택`으로 회사 이름을 지었다.
전통 금융기관은 지금까지 해외송금에 복잡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SWIFT)망을 사용해왔다. 스위프트는 나라마다 중앙은행 결제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 송금 시 통화를 중개하는 은행을 경유하는 방식이다. 송금은행과 중개은행, 수신은행 3단계 구조로, 송금 시 소비자는 세 가지 수수료를 부담한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송금할 경우 수수료는 5만원, 시간도 평균 2~3일로 오래 걸린다.
머니택은 스위프트를 이용하지 않고 전당포, 통신사, IT기업 등 각국 전문 송금업체를 통해 송금하는 방식이다. 송금정보가 즉시 해당 국가로 전송돼 수취인이 30분 이내 돈을 찾을 수 있다. 업체 간 거래는 1일 1회 또는 금액을 정해 여러 개 거래를 하나로 묶어서 처리하는 `풀링(pooling)` 방식으로 중간 수수료를 절감했다. 은행보다 50% 이상 수수료가 저렴할 것으로 머니택은 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은행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바로 송금할 수 있어 편의성이 증대된다. 본국에 있는 수취인도 은행계좌 없이 핀번호와 신분증만 제시하면 현금자동화기기(ATM), 모바일 월렛 등 원하는 방식으로 돈을 받을 수 있다.
머니택은 미국에서 성공한 해외송금 IT기업 줌(Xoom)을 벤치마킹했다. 줌은 모바일로 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최고 3000달러까지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130만명 정도다. 중국, 멕시코, 인도를 포함해 세계 53개국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2014년 페이팔이 8억9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양 대표는 “줌은 전문 송금업체에서 일어날 사고를 대비해 자신들이 보유한 자금으로 수취인에게 송금액을 전달하는 방식”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쌓았을 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없이 오직 스마트폰만으로 해외 송금 분야를 혁신했다”고 평가했다.
머니택은 독자 해외 송금 서비스를 출시하기에 앞서 다음 달 베타 서비스한다. 또 해외 라이선스 취득을 추진하는 등 사전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말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7월부터 은행이 아닌 비금융사도 외화 이체 업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해외 송금업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전자지금결제대행업(PG)사업, 생활 편의 마케팅 등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아시아 지역을 하나의 벨트로 연결해 송금이 자유롭고 편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