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죄인 만드는 한국]SK그룹, 글로벌 현장경영 위축 우려 커

삼성전자 다음 특검 수사 대상으로 유력한 기업은 SK그룹이다. 특검은 최태원 회장 특별사면과 관련, 청와대와 거래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SK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110억여원을 출연한 게 최 회장의 사면 대가인지가 핵심이다.

특검은 2015년 8·15 특별사면 발표 직전에 김영태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과 최 회장 간에 오간 대화 녹취록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특검은 미르·K 스포츠재단 지원과 관련해 최 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본격 수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SK그룹은 초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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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관계자는 12일 “조사 대상에 오르는 것만으로 그룹 브랜드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무엇보다 출국금지 등으로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당장 오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되는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 참석이 불투명해졌다. 최 회장은 다보스포럼 단골 참석자다. 지난해엔 반도체, 에너지화학, 정보통신기술(ICT) 등 주력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중국, 쿠웨이트, 이란 등 세계 각국 정부 및 기업 고위 인사와 만나 협력을 논의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조해 왔다. 글로벌 현장 경영은 최 회장이 그룹 경영진에 강조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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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내부에서는 출국금지로 손발이 묶여 글로벌 기업과 양해각서(MoU) 교환 등 적잖은 사업 기회를 놓치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그룹은 답답함과 초초함이 감도는 가운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업 경제 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과 달리 잘못한 점이 있다면 밝혀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단순한 위법 행위 적발을 떠나 다시는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ICT 업계 한 원로는 “우리나라는 경제가 정치에 종속돼 있어 기업이 정치권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가 문제”라면서 “이번 사태가 경제의 정치 종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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