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메아리] MBC ‘100분 토론’을 부끄럽게 만든 JTBC ‘신년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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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1999년부터 MBC에서 방송된 ‘100분 토론’은 늘 화제였다. 토론자들의 수준도 대체적으로 높았고 적절한 토론 아이템을 선정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故 정윤영, 유시민, 손석희로 이어지는 진행자 라인은 ‘100분 토론’의 열혈 팬을 두텁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로 손꼽힌다.

경제학자였던 故 정운영은 1999년 10월 21일부터 2000년 6월 22일까지 토론을 진행하면서 ‘100분 토론’의 초석을 단단하게 다졌다. 이후 유시민은 2000년 7월 6일부터 2002년 1월 11일까지 맡으며 프로그램의 품격을 올렸다. ‘100분 토론’의 시청자 확대는 2002년 1월 18일부터 2009년 11월 19일까지 진행을 맡은 손석희 때부터다. 토론 진행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MBC 아나운서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이때부터 ‘100분 토론’은 존재감을 상실하며, 대중들에게 잊혀졌다. 물론 아직도 프로그램은 여전히 방송되고 있다.

‘손석희의 100분 토론’이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막강했다. 그리고 지난 3일 이를 증명했다. JTBC는 2017년을 맞아 ‘신년토론’을 개최했다. 진행자 손석희에 유시민, 전원책, 유승민, 이재명이 토론석에 앉았다. 신년토론이 예고되자 SNS를 중심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결과는 종편 역대 최고 시청률인 11.350%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내용을 떠나 이번 JTBC ‘신년토론’의 구성과 형식은 MBC로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다. ‘100분 토론’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진행자 3인 중 2인이 동시에 나왔고, 진행자 자리에 손석희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시간도 100분이고, 진행 방식도 ‘100분 토론’을 떠오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JTBC ‘신년토론’이 원조 ‘100분 토론’을 순식간에 짝통 ‘100분 토론’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누리꾼들 역시 SNS을 중심으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방송 토론을 봤다”는 소감을 남겼다. 오죽하면 JTBC에서 ‘100분 토론’을 다시 살리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MBC의 치욕이고, 부끄러움이다.

물론 내용면으로 봤을 때, 잡음도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전원책의 태도다. 진행자인 손석희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이어나갔고 토론에 겉도는 태도를 보였다. 누리꾼들은 “그동안 ‘썰전’ 제작진이 편집하느냐 힘들었겠다” “‘썰전’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는 거 아니냐”는 평가까지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년 토론’은 방송을 통해 토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를 다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지상파 3사의 방송 토론 프로그램의 길을 물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