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을 한 남자가 어느 날부터 케이블방송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던 30대 직장인이었던 그는 어느덧 40대가 되었고, 이제는 기러기 아빠가 되어 ‘호구’ 이미지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는 중이다.
윤서현은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15’(이하 ‘막영애15’)에서 윤서현 역을 열연 중이다. 말년 과장인 그는 아내가 차려주는 밥과 딸의 재롱은 꿈도 못 꾸는 기러기아빠다. 그에게 퇴근은 없다. 낙원사 전무 이승준, 영업팀 대리 정지순과 동고동락하며 고된 삶을 보냈다.
“이제 마지막 부분만 남아있어요. 좋다기보다는 아쉬움이 늘 많이 남아요. 섭섭하죠. 생각보다 잘못한, 후회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요. 그래도 작가들은 ‘대본에 못 미치게 한 장면보다, 예상 이상으로 잘 나온 분들도 있으니 퉁 치자’고 해요.(웃음)”
“개인적으로 애드리브를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모든 연기는 대본이 우선이에요. 그래서 최대한 안하는 편인이지만, 그 당시 상황이나 장소, 작가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날 배우가 입은 옷, 소품에서 나오는 현장 애드리브는 누가 봐도 재밌는 거니까 편집 포인트를 주고 애드리브를 해요. 잘 살면 방송에 들어가고 아니면 ‘편집’ 됩니다.”

‘막영애’의 주인공은 김현숙이 분하는 이영애다. 8년이라는 세월동안 시청자를 만났기에 김현숙에게 ‘막영애’는 남다른 작품일 것이다. 이는 윤서현에게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시즌부터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출연한 그는 드라마를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고마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걸 또 하네’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늘 새로운 마음이에요. 저한테 굉장히 큰 선물입니다. 10년 동안 연기 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잖아요. 또한 다음 시즌이 이어지길 바라면서, 촬영 중인 시즌에 최선을 다해요. 우리 드라마가 편하게 누워서 간식 먹으면서 맘 편히 보든 드라마이긴 하지만,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디테일하게 준비를 하면서 집어내죠. 정말 힘들게 촬영하고 있어요.”
드라마 속 윤서현 캐릭터는 조금씩 변해왔다. 여자를 밝히는 30대 남성, 이혼남, 재혼남, 그리고 지금은 기러기 아빠가 됐다. 오랜 시간 ‘막영애’의 터줏대감으로 남아 입체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년 과장이라는, 사 내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

“실제로 10년 째 과장이라면, 정말 무기력하고 힘도 빠지겠죠. 하지만 드라마고 본인은 힘들어도 주위 사람들은 재밌어하니까 연기하는 저로서는 좋아요. 빨리 진급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나갈 때가 가까워지는 거 아닌가요?(웃음) 그냥 윤과장으로 평생 드라마 안에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10년이라는 세월, ‘막영애’는 이제 실생활과도 같아요. 10년 전 저와 지금의 저는 함께 변하고 있어요. 윤과장은 변치 않는 듯 하면서도 또 변하겠죠. 5~10년 후의 50대 윤과장은 어떤 모습일지 저도 궁금해요.”
‘막영애’는 최근 위기론에 휘말렸다. 15번째 시즌은 이전 시즌보다 다소 낮은, 2%대 초반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저예산 드라마이기에 나름의 선방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전 시즌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14 시즌은 3.4%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2% 후반 대를 기록했다. 윤서현은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일부 시청자들이 대리만족할 수 있는 인물이 ‘어떻게 저렇게 멋진 남자만 만나며, 반복되기만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영애의 러브라인에 불만이 있어서 이야기가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드라마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봐요.”
“저로서는 재밌게 시청해요. 그리고 재밌게 촬영해요. 그런데 여론은 좋지 않더라고요. 크게 의식을 안 하는 편인데 이게 이야기가 많이 들리니까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아요. 나는 그냥 똑같이 생활하고 우리는 똑같은데 왜 밖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가족에게 욕할까 하면서 아쉽죠.”
윤서현은 자신의 전성기를 만들어준, ‘막영애’라는 작품을 사랑하는 배우다. 그렇기 때문에 ‘막영애’가 영원하기를 원한다. 그만큼 작품을 사랑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이 없는 ‘막영애’를 그려보기까지 했다. 그리고 “내 자리가 없더라도 계속된다면 괜찮다”고 말하는 용기도 있었다.
“영애의 삶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잖아요. 회사에 잘리고 이직도 했죠. 그리고 결혼을 할 수도 있어요. 만약 매일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고, 너무 오래봐서 실증난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는다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만약 제가 없어져서라도 그런 위기를 벗어나 시즌이 계속된다면 괜찮아요.”

윤서현은 스잘에 대해서는 “진짜 모르는 단어가 없다”고, 조덕재에 대해서는 “마음을 열면 180도 달라진다”고, 정지순에 대해서는 “진짜 얄미운 캐릭터와 닮아가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막영애’ 애청자라면 그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바로 현실에서 결혼 이후 자녀를 돌보느라 드라마에 출하지 못하고 있는 윤서현과 관련된 이야기다.
“‘애기 많이 컸냐’하면 ‘놀러와요’라고 하고 연락은 하지만 갈수록 연락이 뜸해지긴 해요. 어떤 사람들은 결혼 하고 나서 대학교 때 제일 친한 친구도 만나지 못하잖아요. 그래도 늘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친구죠.”
“언젠가 돌아와서 함께 연기하길 간절하게 희망해요. 드라마적으로 나름 큰 재미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더 풍부해지는 거니까요. 그것도 이질감 없는 사람으로요.”
‘막영애’는 tvN의 ‘전원일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강렬한 이미지와 짧은 호흡을 가진 미니시리즈가 아닌, 오랜 기간 즐기기 좋고 볼수록 친근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 번째 시즌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윤서현도 마찬가지다. 바람둥이에서 허당이 된 그는, 앞으로도 시청자들을 울고 웃기며 오랜 친구처럼 함께할 예정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