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연은 모두 이어져있다…‘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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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포스터. 사진 출처=(주)미디어캐슬 제공

결론부터 말하면 드디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계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적자를 찾은 듯하다. 1000년 만에 혜성이 근접하면서 벌어지는 꿈같은 내용을 그린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 얘기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개봉해 올해 일본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관객 1640만 명, 흥행수익 213억 엔(약 2189억 원)을 돌파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은 역대 일본 영화 흥행 2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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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관객들이 애니메이션 속 공간의 실제 배경을 찾는 성지 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주)미디어캐슬 제공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미츠하는 집안 대대로 지켜오는 신사 풍습에 염증을 느끼고 도쿄를 동경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쿄에서 생활하는 소년 타키의 몸으로 깨어나 하루를 보낸다.

꿈인 줄 알았던 그 하루는 이후에도 반복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타키도 미츠하의 몸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 생활에 서서히 익숙해지던 중 타키는 어느 순간부터 미츠하의 몸으로 깨어나지 않게 된다. 미츠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직감한 타키는 미츠하를 찾아가기로 결심하는데….

그동안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소년과 소녀가 바뀐 ‘체인지(1996)’, 남자와 남자가 바뀐 ‘체인지업(2008)’, 엄마와 딸이 바뀐 ‘비밀(1999)’, 노인과 젊은이가 바뀐 ‘수상한 그녀(2014)’, 동물과 사람이 바뀐 ‘미스터 캣(2016)’ 등등…. 이미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소재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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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관객들이 애니메이션 속 공간의 실제 배경을 찾는 성지 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주)미디어캐슬 제공

이 작품도 표면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남녀의 기적 같은 인연을 다룬다. 하지만 다층적 서사구조를 가진다. SF와 청춘 로맨스가 혼재돼 있다. 청소년들의 풋풋한 첫사랑인가 싶던 이야기는 중반으로 치달으며 순식간에 무기력한 현실세계로 돌변한다.

바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진짜 모티브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10월 부산을 찾아 이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일본인이라면 대지진을 겪으며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내가 뭔가 할 수 없었을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 염원을 한데 모으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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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스틸 사진. 사진 출처=(주)미디어캐슬 제공

감독은 여기에 사람의 인연이 모두 이어져있다는 ‘무스비(매듭)’로 상징되는 철학적 인생관을 제시하며 끊임없이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피천득은 수필 인연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고 했다. 영화속 타키와 미츠하도 다시 만나고 또 스쳐지나간다. 타키와 미츠하는 인연을 살려낼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며 감탄하게 되는 것은 우주와 맞닿은 밤하늘의 투명한 색채, 그리고 구름을 뚫고 떨어지는 혜성의 아름다운 궤적. 여기에 유난히 하늘과 별을 좋아하는 감독의 취향이다. 게다가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도쿄 이곳저곳을 묘사 덕에 영화를 본 관객들이 애니메이션 속 공간의 실제 배경을 찾는 성지 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작화 감독을 맡았던 안도 마사시가 눈을 즐겁게 한다면 일본 록그룹 래드윔프스의 서정적인 멜로디는 귀에 착착 감긴다. 내년 1월 5일 개봉.


김인기기자 i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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