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결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8일 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규제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날 그는 “민생 전반에 깊숙이 박혀 있는 규제의 뿌리까지 제거하기 위해 더욱 비상한 각오로 규제 개혁에 노력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규제개혁신문고로 3900여건에 이르는 현장 규제를 해소했다. 이 가운데 70%는 국민 생활, 영세소상공인을 위한 규제 완화였다는 점에서 규제 개혁은 민생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규제 개혁은 모든 정권이 단골로 외치는 슬로건이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 초임부터 규제 개혁을 내세웠다. 관련 장관들이 참석하는 규제개혁 장관회의만 해도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다섯 차례 열렸다. 그러나 여전히 규제 개혁은 미진하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기술 시장에서는 규제가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핀테크 규제`가 대표 사례다. 금융 당국의 본인가를 받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최근 출범했지만 규제에 막혀 `반쪽 출범`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해 금융 혁신을 일으킨다는 원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케이뱅크`는 점포 없이 IT 기반 인터넷이나 자동화 기기로만 운영하는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스마트폰이나 PC로 365일 24시간 언제나 이용할 수 있고, 무점포에 적은 인건비로 대출 금리나 수수료가 싸다. 그러나 현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IT 기업은 산업자본으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출범을 주도한 KT와 카카오 같은 IT 기업은 `케이뱅크`의 1대 주주가 되지 못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IT 기업이 주도해야 함에도 지분 제약 때문에 경영 제약을 받는 것이다. 핀테크가 앞으로 금융 시장을 뒤흔들 강력한 변수라는 점에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 경쟁력은 세계 144개국 가운데 80위에 불과하다. 또 세계 핀테크 100대 기업에 인도와 중국 기업은 있지만 한국 기업은 없다. 핀테크 발전에 뒤지면 치열한 국제금융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금융 강국인 미국과 영국이 핀테크 기술 개발과 투자도 주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올해 물 건너간 `규제프리존특별법`도 우리나라가 규제 대응 모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이 법은 시·도별로 전략 산업과 규제 완화 지역을 선정, 지방자치단체가 전폭 지원을 할 수 있게 한 법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14개 시·도에 5년 동안 17만명 고용과 14조원 투자를 창출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언제 시행될지 오리무중이 됐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