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경제정책방향]경기 寒波에 긴급 돈 풀기…`시한부 정책`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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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7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어느 때보다 다급함이 묻어 난다. `쓸 수 있는 돈은 다 푼다`가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20조원 이상 재원 투입이 단기 처방이라면 저출산·고령화 대책, 4차 산업혁명 대응책은 중장기 처방이다. 미래 사회 변화 대응도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과제도 많다. 조기 대통령 선거를 예상, `시한부 정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뾰족한 대책 없이 기존 정책과 비슷하거나 무난한 계획만 나열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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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7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기 위축 우려…`재원 투입`에 초점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올해 경기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심화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새해 초에 경기 회복 불씨를 살려야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2017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종전보다 0.4%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대외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통상정책 불확실성 등 하방 요인이 확대됐다는 판단이다. 대내로는 그동안 수출 부진을 보완해 온 내수 회복세가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29일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에도 올해와 유사한 수준(2.6%)으로 경기 침체 방어를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대안은 재원 투입이다. 정부는 경기 위축 대응, 일자리 창출을 위해 총 21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1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으로 조기 집행한다. 21조3000억원은 지방교부세·교부금 3조원, 집행률 제고 등 3조3000억원, 공공기관 투자 7조원, 정책금융 확대 8조원으로 각각 구성했다.

이런 노력에도 새해 1분기까지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어느 때보다 재정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추경 편성과 관련해 “내년 1분기 실적을 보고 편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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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도 개선으로 투자·소비 촉진

재원 투입과 동시에 제도 개선으로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민간 소비를 촉진한다.

고용·투자를 늘리는 기업 대상으로 세액 공제 혜택을 확대한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고용비례 추가공제율을 1년 동안 2%P 상향(대기업은 1%P)시킨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공장 증설 등 설비투자 시 신규 고용 증가에 따라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세액 공제해 주는 제도다.

친환경 투자 촉진 차원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중소·중견기업 에너지 고효율 설비 도입 지원을 확대(2016년 178억원 → 2017년 500억원)한다.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는 1만2900개까지 늘린다. 새해에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설치한다.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해 9월에는 복합·연계시설 등 새로운 민자사업 유형을 마련한다. 예컨대 연구소-벤처사무소 연계 시설 설립 추진이 민자사업으로 가능해진다.

소비 심리 회복을 위해 1월에 소비 촉진 종합 방안을 마련한다. 관계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의 청탁금지법 시행 성과·영향 점검을 바탕으로 한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이용 부담을 낮추는 등 골프장 규제 개선 방안을 6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수출 지원을 확대하고 보호무역주의 대응을 강화한다. 해외온렌딩 등 중소·중견 수출기업 지원을 확대한다. 경제성, 국내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해 미국산 셰일가스를 도입(2017년부터 연간 280만톤 규모)하는 등 한·미 원자재 교역을 확대한다. 서비스 분야별 지역 맞춤형 수출 전략도 수립할 방침이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그동안 발표한 서비스 수출 대책 성과를 평가하고 상반기 중에 보건, 의료, 콘텐츠 분야 지원 확대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면서 “제조업 위주인 수출 금융을 서비스 분야에 맞게 만들어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한부 정책` 지적도

업계는 경제 정책 방향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져 경제 정책 방향이 `6개월 시한부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원 추가 투입,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한 기업 투자 유도는 기존 정책과의 차별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수년째 경기 부양 대책을 `돈 풀기`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많아 재정 여력이 있지만 내년에도 세수 여건이 좋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내년 1분기 이후 추경까지 편성하면 재정 건전성은 한층 악화된다.

이번 정책을 1년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새로 들어선 정부가 다시 경제 정책을 짜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경제 정책 방향에 `신선한 대책`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유일호 부총리는 “우리가 하는 동안에는 정책 방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게 대원칙”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책 방향은 어떤 중심을 세워 놓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을 몇 달짜리 이런 식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표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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