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내수 승용차 시장 1위를 달성할 전망이다. 쏘렌토, 카니발 등 레저용차량(RV) 인기몰이에 신형 K7 `신차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성장한 덕분이다. 현대차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주력 모델 판매 저하로 사상 처음 내수 1위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22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내수 판매량은 기아차가 43만957대로 현대차(42만9029대)보다 1928대 앞선 상황이다. 지난 연말 독립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량(6만983대)을 현대차 판매량에서 제외하면 기아차와 편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기아차는 지난 4월 현대차에 처음으로 내수 판매량을 앞섰고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기아차가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를 앞서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00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는 줄곧 2위에 머물렀다. 기아차는 2010년 이전만 해도 현대차보다 연간 내수 승용차 판매량이 10만~20만대 뒤쳐졌다. K5, K7, 쏘렌토R 등이 출시된 2010년 이후에도 5만~10만대가량 차이로 현대차 뒤에 머물렀다. 기아차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한 지난해(46만2377대)에도 현대차와 차이가 7만6000여대에 달했다.
올해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현대차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주력 모델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쏘나타는 르노삼성차 `SM6`, 한국지엠 `말리부` 등 경쟁차종에 밀려 중형 세단 1위 자리도 빼앗겼다. 그랜저는 신모델 출시 일정이 알려지면서 노후 모델이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SUV 판매 1위였던 싼타페도 올해 쏘렌토에 5000대 이상 뒤지고 있다.
올해 기아차는 RV 차종 판매 호조로 1위를 달성하게 됐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내수 승용 판매량 중 RV 비중은 49.9%(21만5073대)로 절반에 달했다. 반면 현대차 내수 RV 판매 비중은 29.9%(12만8200대)에 불과했다. 최근 SUV 인기가 높은 트랜드(흐름)이 세단 비중이 높은 현대차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하반기 노조 파업으로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고 경쟁사 중형세단 판매가 예상보다 많아서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며 “주력 모델 대부분이 노후화됐고 하반기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 역풍을 맞는 상황에서도 이 정도면 선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IG`가 사전계약 2만7000대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랜저IG는 지난달 출시와 동시에 4606대가 출고됐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그랜저IG 원활한 출고를 위해 전체 공장에서 그랜저 생산 비중을 기존 32%에서 50%로 높였다.
반면 기아차는 RV 열풍과 K7 신차효과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7은 출시한지 1년이 됐지만 매월 4000대 이상 판매된다. 최근에는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출시돼 신차효과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에는 신형 모닝 출시로 내수 시장 1위를 이어가는 것을 내부적인 방침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는 세단이 약한 반면 RV가 강한데 특히 카니발은 경쟁모델이 없을 만큼 압도적인 위치를 자랑하고, 쏘렌토도 생산량이 판매 물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며 “현대차는 새해에도 볼륨모델인 아반떼가 내년 신형 크루즈, SM3 후속 등과 경쟁 신차와 맞붙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