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 총수일가 책임경영 수준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17%대로 떨어졌고,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5%대 머물렀다.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사외이사가 반대해 부결시킨 안건은 0.05%(2건)에 불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 26개 민간 대기업집단(1028개사)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해 22일 공개했다.
26개 가운데 총수가 있는 21개 대기업집단의 소속회사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17.8%(163개사)로 전년(18.4%, 166개사) 보다 0.6%P 줄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도 5.2%(48개사)로 전년(5.4%, 49개사)보다 0.2%P 감소했다. 경영은 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높은 대기업집단은 부영(83.3%), OCI(50.0%), LS(40.0%), 한진(39.5%), 두산(34.8%)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현대중공업·미래에셋(0.0%), 삼성(1.7%), 한화(1.8%), 신세계(3.1%) 순으로 비율이 낮았다.
사외이사 역할은 여전히 미흡했다. 최근 1년 동안(2015년 4월 ~ 2016년 3월) 민간 대기업집단 상장사의 이사회 안건 3997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16건(0.40%)에 불과했다. 전년(13건, 0.24%)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치다.
16건 중 부결된 안건은 2건(전체 안건의 0.05%)이다. 부결되지는 않았지만 안건에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보류, 수정의결, 조건부가결 등)가 14건이다.
26개 민간 대기업집단 소속 165개 상장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0.2%로 전년(50.0%)보다 0.2%P 증가했다. 대우조선해양(66.7%), 두산(60.0%), 현대중공업(58.3%), 대우건설(57.1%), 금호아시아나(55.6%) 순으로 사외이사 비중이 높았다.
165개 상장사 중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26.7%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자투표제는 2014년까지는 도입한 회사가 없었지만 2015년 8.8%로 급증한 후 올해 16.4%까지 확대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는 등 일부 긍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총수일가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미흡한 양상을 보이고 있고, 사외이사 등의 권한 행사도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지속 분석·공개해 시장 감시 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율적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