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전면 쇄신으로 `혁신` 고삐···"4차 산업혁명 대응 속도 낸다"

SK그룹 2017년 인사 키워드는 `속도` `집중` `변화`로 요약된다. 4개 주력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2년 만에 모두 교체한 강력한 쇄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향해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CEO의 권한을 강화, 강력하게 밀어주되 성과가 없을 때는 언제든지 쇄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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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파격의 조직 개편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 인사 `혁신 속도` 높일 채찍

SK그룹의 인사는 역대 최대 규모다. 2014년 사상 처음으로 4대 주력 계열사 CEO를 모두 교체한지 2년 만이다. 2017년 인사는 4대 주력 계열사에 더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가하는 주력 관계사 15개 가운데 8개 회사 대표이사를 바꿨다. 그룹의 절반 이상이 교체된 셈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 등 경제 환경 변화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혁신에 더 빠른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은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서든데스(돌연사)가 올 수 있다”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라”고 주문했다.

경영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세대 교체도 단행했다. 50대 초·중반 CEO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 회장은 필요에 따라 최고위급 임원이라 하더라도 언제든 재배치가 가능하고, 성과가 부족할 경우 1~2년 만에라도 곧바로 교체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CEO 중심으로 `집중력 강화`

SK그룹은 계열사 간 2명의 책임자를 두고 운영하는 계열사가 많았다. `따로 또 같이`라는 그룹 경영 방침에 따라 권한을 분산, 변화에 대한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SK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지금까지의 기조를 깨고 `집중`을 선택했다.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조대식 사장이 신설된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해서 관계사 간 협력을 강화, 그룹의 신성장 엔진 확보와 성장 가속화 역할을 맡는다.

SK텔레콤은 CEO와 사업총괄 2개 조직 아래 분산돼 있는 사업 조직을 변화시켰다. 사업총괄을 폐지하고 모든 지원 조직과 사업 부문을 CEO 직속으로 배치했다. 인수합병(M&A) 등 의사결정에 속도와 실행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장동현 사장은 1사2체제로 운영돼 온 SK주식회사 홀딩스와 C&C 사업부의 통합 CEO로 임명됐다. 재무통의 경험을 살려 그룹의 미래 운영 방안을 가다듬는 한편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분야 역시 CEO 권한에 집중했다. 김준 사장은 SK에너지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SK이노베이션 신임 CEO에 선임, 두 회사 CEO를 겸직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석유, 윤활유, 화학, 배터리 등 신재생에너지 전략의 체계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 향한 `변화` 가속화

SK그룹은 체제 정비를 바탕으로 M&A와 주요 사업 조직의 해외 전진 배치 등 과감한 변화가 예상된다.

SK텔레콤은 혁신 기술인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중심의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며, 그룹 계열사에도 ICT 융합을 확산시킨다.

에너지·화학 분야는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를 확대하고, 중국과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제약·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SK바이오텍 등 신규 법인에도 그룹 시너지를 몰아 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21일 “이번 인사는 기존의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혁신과 재배치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