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돕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연간 운용 규모가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한다. 정부는 EDCF 운용 규모를 30년 만에 34배 키웠다.
우리 기업 해외 개척지는 동남아에서 중남미, 아프리카에까지 넓어졌다. 사업은 도로·교량 건설을 넘어 통신·전자정부·의료 분야로 다변화됐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EDCF 연간 운용 규모가 2017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다.
국회가 확정한 내년 EDCF 운용 규모는 올해(9633억3400만원)보다 약 560억원 늘어난 1조194억3600만원이다. 1987년 우리나라가 처음 EDCF 운용을 시작했을 때 300억원보다 약 34배 늘었다.
EDCF 운용 규모 증가는 한국 기업의 개도국 시장 진출 확대를 의미한다. EDCF는 구매적격국을 되도록 한국으로 한정하고 사업에 필요한 재화·용역 공급자도 한국 업체에서 선정하도록 하는 구속성(Tied) 원조자금이다. 1987년부터 2015년까지 지원한 총 53개국 352개 사업(승인액 13조3070억원, 집행액 5조8014억원) 대부분에 우리 기업이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EDCF를 마중물 삼아 현지 진출에 성공한 사례까지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수출 효과는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도로·교량 건설 등 인프라 위주이던 EDCF 지원은 통신, 전자정부, 의료, 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도 니카라과 지방 태양광에너지 공급 사업, 코트디부아르 국립암센터 건립 사업, 우즈베키스탄 전자도서관 시스템 구축 사업 등을 지원한다.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공여국으로의 입지를 굳혔다는 의미다. 1945년 광복 이후 국제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최초 국가가 됐다. 1987년 EDCF 운용으로 유상원조를 본격화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EDCF를 포함한 전체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아직 OECD 주요국보다 작지만 지원액 증가 속도는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EDCF를 포함한 전체 ODA 규모를 2020년 국민총소득(GNI) 대비 0.2%(GNI가 연평균 5% 성장할 때 약 4조원)까지 확대한다. 2030년 DAC 회원국 평균(0.3%)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2015년 현재 0.14%다. EDCF 지원 국가, 사업 분야도 넓혀 갈 방침이다. 1987년부터 작년까지 총 지원 13조3070억원(승인액 기준) 가운데 8조9539억원이 아시아에서 이뤄졌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EDCF 지원국이 과거 베트남 등 동남아 위주였다면 지금은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해당 국가에 수요가 많고 우리 기업의 관심도 크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