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IBM 등 주요 소프트웨어(SW) 사업자가 비즈니스 방식을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한다. 클라우드 인식 확산과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SaaS를 선택하는 기업 고객이 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도 SaaS 서비스를 선보이지만 세계 주요 SW업체에 비해 전환이 더디다. 세계 SW 수요 흐름 변화에 발맞추고 해외로 나가기 위해 SaaS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SaaS 강세
세계 SW 시장은 연평균(2015∼2019년) 성장률 4.5%로 저성장 국면이다. 같은 기간 클라우드는 19.3%로 고성장세다. 최근 화두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클라우드가 주요 기반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히면서 성장 기대가 크다. 업계는 사물인터넷(IoT), 콘텐츠,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 주요 기술이 확산되면서 이들 기술의 기본 인프라로 클라우드 도입이 늘어난다고 예상한다. 시스코는 2019년 세계 데이터센터 트래픽이 10.4제타바이트(ZB)로, 2014년 2.4ZB보다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스코는 이 가운데 82.6%가 클라우드 트래픽에서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클라우드 부문 가운데에서도 SaaS 비중(2015년, 73%)이 가장 크다. SaaS는 2019년에도 클라우드 시장에서 65%대로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SaaS 시장이 성장하자 세계 주요 패키지 SW 기업들은 앞다퉈 비즈니스 방식을 SaaS로 전환했다. MS, SAP, 오라클, IBM 등 주요 업체들은 최근 2∼3년 동안 빠른 SaaS 도입을 위해 투자를 단행했다. 기존의 패키지 방식으로 제공하던 SW를 클라우드에서 월 또는 연 단위 과금 방식으로 전환했다. 오피스뿐만 아니라 전사자원관리(ERP),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공급망관리(SCM) 등 기업용 주요 패키지 SW가 SaaS 방식으로 판매된다. 어도비, 오토데스크 등 수백만원대 고가 SW 제품을 판매하던 업체도 패키지 방식을 버리고 SaaS로 전면 개편했다. 전통의 패키지 SW 판매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패키지 SW업체들이 우려한 매출 감소도 예상보다 덜했다. SaaS를 포함한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은 오히려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MS는 2014년에 비해 2015년 클라우드 매출이 약 75% 증가했다. 오라클(31%)과 IBM(22%) 역시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SaaS 방식으로 창업한 기업 가운데 성공 사례도 나왔다. 2013년 미국에서 창업한 제네피츠는 인력자원관리(HRM) 솔루션을 SaaS 방식으로 제공한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빨리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5억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09년에 창업한 캐나다 기업 슬랙도 SaaS 방식으로 업무용 메신저를 서비스, 인기를 끌었다. 올해 2억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
최문수 한국IDC 연구원은 최근 국내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앱) 성장 보고서에서 “글로벌 업체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매출과 비중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이 SaaS 방식으로 제품을 우선 제안하는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은 국내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SaaS 시장 더딘 성장…글로벌 진출 통로로 삼아야
국내 클라우드 시장도 연 평균 성장률 21.3%로 급성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업도 2014년 200여개에서 지난해 350개까지 늘었다.
해외와 달리 국내는 SaaS보다 인프라형서비스(IaaS) 비중이 높다. 지난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IaaS 비중이 56.8%를 기록, SaaS(35.1%)보다 높았다. IDC에 따르면 2019년에는 SaaS 비중이 27.5%로 지금보다 낮아진다.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가는 셈이다.
아직 많은 패키지 SW 기업이 SaaS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연매출 80억원 이상 패키지SW 기업(207개) 가운데 4.3%(9개, 2014년 기준)만이 SaaS를 제공한다. 대다수 SW 기업이 패키지 판매에만 집중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SW 기업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SaaS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SaaS는 SW 기업이 안정 매출 구조를 갖도록 돕는다. SaaS는 월 또는 연 단위로 매출이 주기 발생한다. 당장 수익 구조 개선은 어렵지만 장기로 안정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 더존비즈온(ERP)과 한글과컴퓨터·인프라웨어(오피스) 등 국내 분야별 대표 패키지 SW 기업도 SaaS 방식을 도입, 꾸준히 클라우드 매출이 발생한다.
SaaS는 국내 SW 기업의 해외 진출 통로로 활용된다. SaaS의 강점은 세계 어디서든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해외 지사 없이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제품 판매와 유지·보수가 가능, 글로벌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 실제로 인프라웨어는 2년 전 폴라리스 오피스를 SaaS 방식으로 출시한 후 세계 240여개국 5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글로벌 SW로 거듭났다. SaaS 방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민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팀장은 15일 “앞으로 세계 SW 시장은 클라우드로 인해 하나의 시장(Global One Market)으로 변화한다”면서 “국내 SW 기업이 생존하려면 체질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국내 SW 기업이 SaaS로 전환해서 글로벌 서비스 물꼬를 트고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