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옷감에 산화 그래핀 소재를 코팅해 전기가 흐르도록 한 전자섬유 양산 기술을 개발했다. 이처럼 값비싼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저렴하게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세계에서도 처음이다.
웨어러블 기기 제작에 도움을 주는 정도를 넘어 옷 자체를 전자기기로 제작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김병훈 인천대 물리학과 교수팀이 실크에 산화 그래핀을 코팅하는 방법으로 전자섬유로 만드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전자섬유는 섬유와 전자공학 소재를 융합한 소재다.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바이오 셔츠, ICT를 접목한 신형 전투복 등 웨어러블 기기에 사용된다.
기존에는 섬유에 산화 그래핀 전자 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보통 열로 소재를 환원시키는 열적 환원 방법, 염산 등을 이용하는 화학 환원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들 방식은 값비싼 접착제인 소혈청 알부민(BSA)을 사용해야 했다. 더구나 BSA는 녹는점이 60~70℃에 불과해 공정 시간이 길고 복잡한 화학 환원 방법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전자섬유의 경제성을 크게 낮추면서 상용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연구팀은 실크에 산화 그래핀을 직접 입히는 방법을 택했다. 실크를 산화 그래핀 수용액에 담그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별도의 접착제 없이 그래핀 산화물을 코팅했다.
실크 코팅 전자섬유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성이다. 열을 이용해 빠르고 간단하게 전자섬유로 환원시킬 수 있다. 실크는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파이로프로틴` 소재라 열적 환원 방법으로도 변형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공정 시간과 제작 비용은 줄였지만 성능은 기존 소재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크의 전기 전도성은 기존 전자 섬유와 같은 약 10지멘스(S)/㎝에 달하는데다 세탁이나 구부림, 온도 변화 등 외부요인에도 전도성을 잃지 않는다. 별도 화학적 환원 방법을 적용하면 전기적 특성을 더욱 강화시킬 수도 있다.
연구팀은 실크 소재 자체의 기계적 성질이 뛰어나 별다른 매개체 없이도 산화 그래핀과 뛰어난 상호작용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자섬유는 섬유 자체에 전기가 흘러 유해물질 센서, 반도체성 섬유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김병훈 교수는 “실크를 새로운 섬유 소재로 활용해 더 빠르고 저렴하게 전자섬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단순히 옷에 웨어러블 기기를 부착하는 것이 아닌 옷 자체가 기기화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