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한국은행의 첫 통화 정책에도 긴장감이 높아 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한은의 고민은 더 커졌다.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가 0.25%포인트(P) 인상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곧바로 이어지는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다.
대내외 불안 요인을 감안, 우리나라는 우선 기준금리를 연 1.25% 동결할 전망이 우세하지만 상황이 간단하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부담일 뿐만 아니라 대외 불확실성도 크다.
한은은 당초 연준이 12월 인상을 단행한 뒤 내년에 두 차례가량 완만한 추가 인상을 실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시장에선 트럼프 정부가 출범해 재정 확대 정책이 본격화되면 연준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잡겠다고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이미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건드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치솟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대까지 내려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5%대까지 뛰어올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국내 은행의 대출 금리가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은 확실시된다.
대출 금리 인상으로 가계 빚의 상환 부담이 높아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곧 내수 전반의 침체로 이어지는 등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경기 악화로 마이너스 통장 등 이른바 취약 계층의 생계형 대출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서민층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오히려 최순실 사태 등 정국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한은이라도 통화 완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4%로 낮추고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뿐만 아니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통화 정책 우선순위를 주요국의 통화 정책 기조 등 외국인의 자금 유출 대응보다 국내 경기, 물가 흐름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국내 통화 정책은 국내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판단해서 결정돼야 한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국내 물가상승세가 여전히 낮다면 금리 인하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