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채권 떠나 선진국 증시로...현실화하는 트럼프발 `그레이트로테이션`

글로벌 금융 시장에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다시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가설이 힘을 받고 있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2012년 말 미국 주식 기대수익률이 채권 수익률을 웃돌면서 탄생한 단어다. 금융위기 이후 줄곧 이어지던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몰려 있던 글로벌 자금은 위험 자산인 주식, 신흥국 투자자금은 선진국으로 각각 대거 이동할 것이란 가설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주식·채권 시장에선 외국인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채권 1조7890억원을 순유출했다. 외국인 채권보유액은 2012년 11월 이후 4년 만에 9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주식시장에서는 1조1900억원을 순매도하며 6개월 만에 순매도로 전환됐다.

글로벌 시장은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11월8일∼12월7일) 선진국 채권펀드에서는 203억64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신흥국 주식펀드에서는 90억8100만달러, 신흥국 채권펀드에서는 119억6500만달러가 각각 빠져나갔다.

빠져나간 돈은 미국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 북미 주식펀드에만 420억1500만달러가 들어갔다.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내건 트럼프의 공약에 힘입어 미국의 3대 주가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투자은행 및 증권사들도 안전 자산이 위험 자산으로 점차 이동할 것으로 관측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기간 전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지난해 기저 효과에 따른 유가 상승 흐름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동안에는 주식을 선호할 것”이라면서 “올해 주목받지 못한 선진국 자산에 대한 관심이 내년에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채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신흥국 투자는 조정 국면을 겪은 뒤에 진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타이후이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수석 시장전략가는 “달러 가치가 고점을 찍는 시점이 신흥국의 편입 적기”라면서 “길게는 신흥 시장의 주식과 채권에도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