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로 조기 대선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여야 잠룡들의 선거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대선을 노리는 주요 정치인들은 선거가 수 개월 이상 앞당겨지는 탓에 벌써부터 `선거 모드`에 들어가 대선 구상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잠룡들이 먼저 따지는 셈법 변수는 박 대통령 퇴진 및 선거 시기다. 선거가 언제 진행되느냐에 따라 유리한 선거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느냐 여부가 갈린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시기가 곧 퇴진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안 통과 후 6개월 내 최종 결정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계에서는 2월 퇴진 4월 선거, 6월 퇴진 8월 선거 등 여러 예상안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앞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결과, 청와대를 압박하는 민심 등 변수로 퇴진 시점이 갈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선거가 빠를 수록 유리한 것은 이론의 여지 없이 야권이다. 불붙은 촛불민심, 여당 심판론 특수를 고스란히 누린다. 특히 야권 잠룡 중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문 전 대표는 당 내 가장 탄탄한 친노계 기반을 보유하고 있고, 여론 지지도도 높다. 대통령 즉각 퇴진, 4월 선거 등 시기적으로 가까운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승기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이런 이점을 안고 당 내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대선 승리도 유력해진다. 반면에 선거 시점이 뒤로 밀리게 되면 초반의 우세를 넘겨줄 가능성도 점차 커지게 된다.
문 전 대표가 지속적으로 박 대통령의 즉각퇴진을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의겨이 나온다.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권 내 다른 잠룡들은 문 전 대표를 견제하며 내심 세를 불릴 수 있도록 선거 시기가 늦춰지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정국에서 정부 비판적인 발언으로 지지를 얻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최근 SNS를 통해 “사이다를 먼저 마신 후 고구마로 배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다는 이 시장의 별칭이다.
고구마를 문 대표에 빗대, 자신이 대선 가도에 적합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해석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지난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멀리 내다보고 대선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안 지사는 이 때 “대선 레이스는 마라톤과 같다”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뛰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야권 잠룡들도 6월 등 늦은 대선 시점까지 기반을 다지며 야권 내 반문재인 세력 결집 등 반전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선거가 뒤로 밀릴 수록 유리하다. 반 총장은 내년 1월 귀국을 앞두고 있어 세를 결집하기 위한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정권교체를 우려한 보수층 재결집 기세를 타기 위해서는 봄 선거가 유리하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최순실 사태, 박 대통령 탄핵으로 지지도가 동반 하락한 여권 잠룡들은 선거가 밀리면 밀릴 수록 유리할 전망이다.
유력 여권 잠룡으로 평가받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최순실 사태 책임을 지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승민 의원 등 잠룡도 박 대통령, 최순실 사태의 그림자를 벗고 반전을 노리기 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