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한국 사회는 한달 반 넘게 큰 충격에 빠져 있다. 믿기 힘든 의혹들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면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까지 몰렸다.
이번 사태 발단은 2014년 4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안민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윤회씨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후 11월 28일 세계일보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이른바 `정윤회 동향` 감찰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의혹을 증폭시켰다. 다음달 3일에는 일부 언론과 야당을 중심으로 최순실씨가 `비선 실세 숨은 몸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에 중심에 선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설립됐다.
올해 비선 실세 의혹은 대부분 진실로 판명됐다. 7월 26일 TV조선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미르재단 설립 및 모금 개입 정황을 보도했다. 9월20일에는 한겨레신문이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과 운영에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을 폭로했다. 당시 청와대는 “전혀 언급할 가치 느끼지 못한다”며 기사 내용을 부정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도 최순실씨·차은택씨·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날 한겨레신문은 이화여대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특혜 제공 의혹을 제기했다.
나흘 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을 해산하고 새 문화체육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19일 결국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정유라씨 특혜 의혹으로 사임했다. 24일에는 JTBC가 최순실씨 태블릿PC를 입수, 이를 바탕으로 그가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청와대 핵심 문건에 개입한 정황을 파헤쳤다.
다음날 박 대통령은 1차 대국민 담화를 열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 최순실 도움 받은 적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 대통령 하야를 처음 주장, 탄핵 열차에 시동을 걸었다. 2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됐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첫 대규모 주말 촛불 집회는 29일 열렸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긴급 체포했다. 이후 검찰은 최순실씨를 구속하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체포했다.
위기감을 느낀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 담화를 4일 진행했다.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5%까지 추락했다. 얼어붙은 민심은 2차 주말 촛불 집회로 이어졌다. 검찰은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 구속했다. 차은택씨도 체포했다. 차씨를 포함해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연관자들이 차례로 구속됐다.
12일 주말 3차 주말 촛불 집회가 벌어졌다. 시민 100만명 참여했다. 일주일 뒤 4차 주말 촛불 집회에도 100만명이 몰렸다. 검찰은 20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 수사를 본격화했다. 야권 탄핵 논의 탄력을 받은 것도 바로 다음날부터다.
잇따라 터진 충격을 촛불을 더 뜨겁게 했다. 26일 5차 주말 촛불 집회에는 190만명 참가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임기 단축과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달 3일 열린 6차 주말 촛불 집회에는 232만명이 동참했다. 이날 야3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6일에는 국조특위 1차 청문회가 열렸다. 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고, 9일에는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 표결 절차가 진행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