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높아진 시장 `벽`에 혹한기 맞은 스타트업…결국은 수익모델로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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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무너지고 있다. 혁신 사업, 높은 인기에도 수익구조 부재가 치명타다. 스타트업계가 혹독한 수익 모델 검증을 거치고 있다.

스트리밍 라디오 음악 서비스 `비트`로 유명한 비트패킹컴퍼니가 지난달 30일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비트패킹컴퍼니는 광고를 기반으로 한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회원수가 6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던 서비스였다. 비트패킹컴퍼니 관계자는 “서비스 종료 후 회사를 정리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비트는 유료 일색이던 국내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업이었다. 사용자는 광고를 기반으로 한 무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멜론, 지니를 비롯해 선불 정액제 일색의 국내 시장에서는 새로운 시도였다. 해외는 `스포티파이(Spotify)`라는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

비트 서비스 종료에 업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는 연쇄 창업자를 대표한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미투데이를 NHN(현 네이버)에다 성공리에 매각했다. 네이버에서는 `밴드` 서비스를 개발했다. 박 대표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알토스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를 포함한 굵직한 벤처캐피털이 총 165억원을 투자했다. 서비스와 창업자를 향한 큰 기대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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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서비스가 종료된 배경에는 매달 발생하는 거액의 저작권 비용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박 대표는 “저작권료로 매월 10억여원이 들어갔다. 감당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비트패킹컴퍼니는 매달 저작권료를 지불하면서 유료화가 아닌 광고기반의 서비스를 운영했다”면서 “후속 투자를 계속 받았어야 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를 지속해야 할 수익 모델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트패킹컴퍼니 초기투자에 나선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도 “대규모 후속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이른바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했다”면서 “해외 시장 진출 비전까지 마련하고 자생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국내 음원 시장이 안고 있는 폐쇄성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음악산업팀장을 담당한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은 “국내 음원 시장 구조는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가 서비스 제공자 겸 저작권 권리자라는 구조 속에서 스타트업 규모로 추진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주목받던 스타트업의 실패는 비단 비트패킹컴퍼니만이 아니다. 안정된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스타트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높은 주목도, 빠른 시장 진출 이점에도 수익 모델이 창업가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콜택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리모택시`도 올해 초 서비스를 종료했다. 리모택시는 콜택시 서비스 앱 시장 초창기에 진입했다. 그러나 카카오택시, 티맵택시 등 대형 서비스가 경쟁자로 나서면서 힘을 잃었다. 마땅한 수익 모델을 내놓지 못한 것이 실패 요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시장이 축소되는 것도 원인이다. 다수 스타트업이 ICT 기반 사업을 한다.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이 지난달 발표한 스타트업 백서에 따르면 모바일 인터넷 기반 스타트업이 51%인 것으로 조사됐다. ICT 분야 창업이 편중됐지만 막상 투자자들의 관심은 떨어지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9월 기준 전체 벤처 투자금의 22.8%가 ICT 서비스와 ICT기기 제조에 투입됐다. 적지 않은 비중이다. 그러나 2013년 32.5%, 2015년 26.3%이던 비중을 고려하면 ICT 분야를 향한 투자업계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다. 이는 ICT 기반 창업 유행이 지나면서 투자 관심이 바이오, 제조업, 화학 등 부문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올해 9월 현재 ICT 분야 투자 규모는 약 3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ICT 분야 총 투자 규모는 5400억원이다. 투자 흐름으로 볼 때 전년의 투자 규모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짙다.

반면에 의료·바이오 분야는 이미 전년 투자 규모(3170억원)가 넘는 3432억원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줄어든 배경으로 투자자들이 ICT 스타트업 투자에 `많이 데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ICT 분야 투자는 이미 몇 년 동안 활발하게 투자가 이뤄진 분야로, 그 과정에서 투자자가 ICT 사업을 보는 수준도 많이 올라갔다”면서 “투자자 학습효과가 누적됐고, 비슷한 ICT 창업이 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많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에 스타트업은 수익 모델 증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종훈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는 8일 “서비스 스타트업은 이용자를 다수 확보한 후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으로 사업에 접근해 왔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규모가 작더라도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매출을 즉각 낼 수 있는 확고한 수익 모델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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