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일본에서 양자암호난수 원천 기술을 알게 됐습니다. 평생 보안을 모르던 사람이었지만 난수가 보안 핵심 언어란 것을 깨닫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와이엘은 초소형 양자암호난수 생성기를 상용화했다. 지난 11월 초 스타트업 올림픽으로 불리는 `보스턴 매스챌린지`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정부석 이와이엘 대표는 해외 투자가들의 러브콜에 즐거운 함성을 지른다.
정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양자암호난수 원천 기술을 알게 됐다. 2010년 삼성전자 일본에서 주재 근무를 하던 정 대표는 다양한 기초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삼성전자가 상생 협력실을 만들었을 때 임원을 맡았다. 정 대표는 일본의 탄탄한 기초 기술을 가져와서 국내 협력사가 상품화하는 길을 열고 싶었다.
“일본에서 원자를 전공한 한 박사가 극미량의 방사성동위원소 자연 붕괴 현상을 이용하는 양자암호난수 원천 기술을 가져왔습니다. 기술 원리는 있었지만 상품으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당시 난수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몰랐지만 기술에 관심을 기울였다. 난수는 예측할 수 없는 불규칙한 숫자를 말한다. 암호를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에 난수가 쓰인다. 처음부터 그가 양자암호 원천 기술로 사업을 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생성한 유사난수 해킹 문제도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인터넷은 더 발달하고, 컴퓨팅 파워가 높아지며, 난수가 보안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지만 사장되기에는 아까운 기술이었다. 그는 스스로 창업을 결심하고 이와이엘을 설립했다.
“자연 현상으로 발생한 난수는 패턴이나 알고리즘이 없어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양자를 이용한 방법은 보안성은 높지만 생성기 가격이 비싸고, 제약이 많았지만 이를 극복했습니다.”
이와이엘은 기존 양자난수생성기보다 작고 저렴한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5×5㎜ 칩 크기에 가격은 1달러 미만이다.
정 대표는 매스챌린지에서 다이아몬드상을 받고 나서 미국 시장에 자신감을 얻었다. 내년 초 미국 보스턴에 법인을 세우고 글로벌 사업을 시작한다. 그는 “이미 많은 벤처캐피털이 투자 의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