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사태 국조특위,대기업 총수들 “재단 출연, 대가성 없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해체된다. 미전실은 그룹 기획·전략·법무·인사 등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최순실 사태로 최근 검찰 수사에서 두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여론 질타가 집중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삼성·SK·LG그룹 총수가 일제히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창립 55년 만에 존폐 위기를 맞았다.
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문회를 통해 미전실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미전실은 최순실 씨 일가 편법지원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지적을 받아 왔다. 미전실은 1959년 고 이병철 선대 회장 의지로 만들어진 비서실을 근간으로 이건희 회장 대에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를 확약하면서 향후 그룹 조직개편과 맞물려 역할 조정 및 분담이 주목된다. 해체 시기는 특검 등 최순실 수사 종료 시점이 유력하다. 미전실 기능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총괄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이날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출석한 허창수 GS 회장을 제외한 대기업 총수 8명은 일제히 대가 없이 전경련 차원에서 배분된 만큼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금을 냈다고 밝혔다. 인허가 문제, 사면, 세무조사 등을 고려한 출연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여야 국조위원들은 그룹 현안 사업과 관련된 청탁이나 사업 편의를 위한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거듭되는 질문에도 대기업 총수들은 청와대 출연 요구는 거절하기 어려운 입장이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줬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의원들은 이번 사태 밑바탕에 `정경 유착과 대물림`이 자리하고 있다며 질타했다. 청문회에는 1988년 5공 청문회 때 나온 그룹 총수 아들 6명이 참석했다. 전경련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총수들에게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묻는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은 전경련 기부금 중단은 물론, 아예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같은 취지로 탈퇴 뜻을 밝혔다.
초유의 경제 위기 상황 속에 증인 출석 기업의 이미지 타격 등 경제 손실 우려도 제기됐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가 한국 기업의 브랜드 신뢰도에 손상을 미칠까 우려된다”면서 “무한경쟁의 국제 무대와 4차 산업혁명 앞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신규 사업과 투자에 골몰해야 할 기업 책임자들과 청문회에서 마주하는 게 안타깝다. 정확하게 진실을 밝히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