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46> 병목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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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산 곳곳에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묻혀 있네. 이제 굳이 말가죽에 시신을 싸서 돌아갈 필요가 있겠는가(靑山處處埋忠骨 何須馬革〃屍還).`

1998년 화웨이는 해외 시장을 생각했다. 기술과 브랜드는 약했다. 내세울 것은 저렴한 가격 뿐. 글로벌 통신 기업은 특허라는 지뢰를 곳곳에 묻어 뒀다.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좁은 병목에 갇혀 있었다.

10년 전 통신 산업 삼분 천하 가운데 한 덩이는 화웨이의 몫이라고 외친 바 있다. 정작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런정페이는 틈새 찾기를 해본다.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에 직원을 보낸다. 주인이 없을 것 같은 이곳들도 모두 분할이 끝나 있었다.

더 오지를 찾는다.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재난이 휩쓸고 간 시장. “부랑자의 습격을 받아 머리를 30바늘이나 꿰매기도 했습니다. 무장 강도를 만나기도 했고, 폭탄테러 현장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에 간 직원의 7할은 말라리아를 견뎌냈습니다.”

적과 친구의 장벽도 없앤다. 저가 공세 대신 파트너를 찾아 나선다. 단기 이익보다 파트너십이 미래 전략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노던텔레콤, 마르코니는 문전박대한다. 시스코시스템스에서는 하청업체 취급을 받는다. 마음은 급했지만 주도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 2003년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이 불황을 맞을 즈음 스리컴과 H3C, 지멘스와 TD테크, NEC·파나소닉과는 위멍통신을 설립한다. 반년 만에 글로벌 기업 4개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본사는 모두 중국에 뒀다. 이렇게 화웨이는 가파른 벼랑과 좁은 골목길을 지나갔다.

많은 기업이 성장의 병목을 만난다. 혁신은 말할 나위 없다. 이노베이션 보틀넥, 캐즘, 이노베이션 트랩 등 수많은 걸림돌과 만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배럿 에어섹 홀가닉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멀린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산업의 병목을 넘어서라(Break Your Industry`s Bottlenecks)”고 조언한다. 비용을 줄이고 고객을 더 차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을 위해서는 그동안 산업을 억누르고 있던 풍토병을 찾아보라고 한다. 진정한 비용 혁신도 거기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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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병목에는 대개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고객 체험이 정체될 때다. 오랫동안 고객 서비스에 변화가 없는가. 치수 맞는 옷을 입어 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돈다. 보노보스는 가이드숍을 연다. “구입하기 전에 입어 보세요.” 예약하고 준비된 옷을 입어 본다. 마음에 들면 온라인 주문까지 한자리에서 마친다.

둘째 상식 비용 잡기다. 꼭 지금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까. 레드박스는 맥도날드 매장에 DVD 자판기를 설치한다. 가입비도 없다. 비용은 하루 1달러. 2009년까지 1만5000곳에 자판기를 두고 시장의 19%를 차지한다. 미국 국민의 68%가 레드박스 자판기에서 5분 거리에 거주한다.

셋째 고객이 선택하는 데 위험이 따르는가. 그렇다면 기회가 거기 있다. 광고를 생각해 보자. 많은 비용이 든다. 정작 고객이 볼지는 자신이 없다. 구글은 광고를 클릭할 때만 비용을 부과한다. 2009년 1월 현대자동차는 미식축구 슈퍼볼 경기에 광고 하나를 띄운다. “직장을 잃으면 되돌려 주세요.” 2010년 판매는 24% 늘었지만 고작 반환된 것은 350대뿐이었다.

넷째 산업에 고치기 힘든 문제가 있는가. 콜센터 비즈니스에 잦은 이직은 피할 수 없다. 애플트리의 이직률도 110%를 넘어섰다. 충원에만 200만달러가 소요됐다. 존 래틀리프 CEO는 `꿈같은 얘기(Dream On)`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4년 동안 직원들이 제안한 275가지 소원을 실천한다. 40만달러가 들었지만 이직률은 30%로 떨어진다.

파타고니아처럼 산업이 만드는 이른바 `나쁜 외부 효과(negative externalities)`를 줄이기도 한다.

많은 경우 산업의 한계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방식에 불편과 불만이 넘쳐난다. 하지만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지나간 곳에 남아 있는 혁신이란 없어 보인다.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서기 25년 후한 광무제는 마원에게 남방을 토벌하게 한다. `삼국지연의` 속의 복파장군이 바로 이 사람이다. 마원은 당시 하노이 부근 낭박까지 나아간다.

런정페이는 직원들 앞에서 왜 굳이 이 사람의 시구를 인용했을까.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말하고자 한 것일까. 지금 막다른 곳에 서 있는가. 그렇다면 이들의 조언을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 좁은 벼랑과 막다른 골목길을 뒤져 보라는.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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