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발의는 `활발` 처리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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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에만 열을 올릴 뿐 정작 처리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공정거래법의 `정치 도구화`와 무관심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33건 발의됐지만 처리 법안은 한 건도 없다. 법안 대부분이 소관 상임위원회(정무위원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20대 국회 개원 후 발의된 전체 법안(4101건) 가운데 처리된 비율(554건, 13.5%)과 비교해도 크게 저조한 성적이다.

19대 국회 때도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유난히 통과가 저조했다. 4년 동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 86건 발의됐는데, 19대 국회가 종료되며 자동 폐기된 법안만 58개(67.4%)다. 대안 법안 반영으로 폐기한 법안도 20개(23.2%)다. 발의된 공정거래법안의 90% 이상이 국회 무관심, 여야 간 합의 불발, 중복 발의로 버려진 셈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만 활발하고 처리가 더딘 원인으로 `정치도구화`가 꼽힌다. 여야 간 이견이 극명해 처리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정치적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다른 주요 법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한 `조커`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다른 주요 사안에서 협상력을 얻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남발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19대 국회 때는 완강한 성향을 가진 일부 국회의원 때문에 공정거래법 처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20대 국회에서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무관심도 문제다. `롯데법`이 대표 사례다. 대기업 해외계열사 현황 공개를 의무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해 여야 합의를 이루고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무소속 김용태 의원이 지난 7월 재발의해 11월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 정무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지 1년이 넘도록 법적 보완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밖에 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 폐지,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 등 주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거나 발의를 앞뒀다. 하지만 여야 간 시각차가 큰 사안이 많고, 언제든 여야가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어 통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치 이슈로 국회가 경제민주화에 관심이 소홀해진 것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위해 공정위 차원에서 가능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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