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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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사건의 연속이었다. 영국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EU를 탈퇴해 `브렉시트`라는 현상을 만들어 냈다. 미국에선 유세 기간 내내 성 차별과 인종 차별 발언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세계를 뒤흔들어 놓은 이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근본적이고 공통적인 원인 중에 눈부신 과학 기술의 발전의 이면이 있다.

과거에는 로봇이 인간의 근육을 대체했다면 미래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 활동을 대체한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바둑 천재 이세돌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미국 퀴즈쇼인 `제퍼디`에서는 컴퓨터가 퀴즈왕이 됐다. 환자 진단도 컴퓨터가 정확도 80% 정도로 경험 많은 전문가 수준이다. 몇 년 내로 사람보다 훨씬 정확해져 이 분야의 의사들은 전공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길 것이다.

이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는 대내·외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로는 대내적 측면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통계를 보면 이런 상황이 더욱 뚜렷해진다. 마틴포드가 쓴 로봇의 부상을 보면 노동참여율이 2000년에 67%로 정점을 찍고, 63%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시적인 해고가 문제였지만 이제는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이 문제다. 2007년 미국 재정 위기가 시작되어 실업률이 2년 사이에 5% 늘었는데 실업자중 95% 이상이 새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소득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 1993년부터 2010년 사이의 미국 국민소득 절반 이상이 소득 분포상 최고 1% 안에 속하는 사람에게 흘러갔다. 이 상황은 더 악화돼 2012년까지 소득 증가분의 95%가 최상위 1% 계층으로 흘러들어갔다.

대졸 새내기는 고용도 안 되고 소득도 감소하고 있다. 일자리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2013년까지 5년간 미국에서 500만개 정도의 정규 일자리가 사라진 반면 파트타임 일자리는 오히려 300만개 정도가 늘었다. 중간 기술, 중간 소득의 건실한 직장이 사라지고 있다. 단순 노동을 요구하는 일자리부터 시작해 점차 고도의 두뇌 활동을 요구하는 많은 직업들까지 사라지는 현상은 앞으로 더 가속화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대외적 측면이다. 삼면이 바다로 이뤄져 있고 강대국과 북한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 대한민국. 우리가 오늘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기술 개발과 무역을 통해서였다. 한국인들과 한국의 브랜드들은 세계의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이 일본에 수출한 퇴행성관절염약 기술은 기존의 진통제 등 증상 처리제와는 달리 유전자 치료로 근본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은 정말 빠르다.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지르는 싱귤레러티가 온다고 한다. 3D 프린터가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날이 온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과 재부상을 꿈꾸는 일본, 불안한 국내 정치와 북한 변수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위상은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가 개발하지 않으면 시장은 독식당한다. 1등이 독식하는 기술들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연구에 더욱 투자를 해야 한다.

끊임없는 투자와 기술 개발 활성화가 국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및 사회 안정,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시장 점유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영국의 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사건들 모두 모두 정치권이 원인 제공을 했지만 더 근본적이고 공통적인 원인이 있다. 여러 원인 중에 눈부신 과학 기술의 발전이 저변에 깔려 있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전문가들은 흔들리지 말고 자기 할 일을 잘해야 한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어려울수록 미래를 위해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문일 한국연구재단 본부장·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ilmoon@nr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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