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애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아이폰에 국산 연성회로기판(FPCB) 채택이 유력해지면서 한국 FPCB 산업의 `V자 반등`이 예상된다. 중국과 일본에 빼앗긴 PCB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 어린 전망도 나온다.
◇FPCB 산업, V자 반등 기대
국내 연성회로기판(FPCB) 업계는 지난 2~3년 동안 혹한기를 보냈다. 성장세를 기록하던 산업 규모는 2013년 이후 매년 줄어들어 적지 않은 기업이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반등을 기대한 올해도 삼성전자의 노트7이 단종되는 악재가 터지면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FPCB는 소형화, 경량화가 가능해 전 세계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 산업이 세계 동향과 반대의 모습을 나타낸 데에는 삼성과 애플의 영향이 컸다.
국내 FPCB 업계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급증하던 2012년과 2013년에 대거 설비를 증설했다. 그러나 2014년 들어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가동률은 떨어졌고, 판가 인하 압력은 더욱 커져 결국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물량을 줄여 고통은 가중됐다. 애플이 2014년에 대화면 스마트폰 아이폰6플러스를 내놓자 아이패드 판매가 줄었고, 이는 아이패드에 FPCB를 납품하던 국내 업계에 타격을 줬다.
그 사이 일본 닛폰멕트론은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증설을 추진했다. 또 대만 ZDT는 같은 그룹 계열이자 아이폰을 생산하는 훙하이정밀과 시너지를 발휘하며 애플 물량을 수주, 승승장구했다.
차기 OLED 아이폰에 들어갈 FPCB를 국내 업체가 공급하는 건 애플 수요가 한국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앞으로 주문량이 늘어난다는 것으로, 국내 FPCB 기업이 성장할 기회를 다시 잡았다는 뜻이다.
성호중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 팀장은 30일 “국내 FPCB 산업은 그동안 시황 악화로 고통을 겪었다”면서 “얼마나 구매할지는 모르지만 국내 산업계에 애플은 분명한 호재”라고 의의를 뒀다.
◇고부가 경연성 PCB 공급 유력
애플에 들어갈 제품은 디스플레이용 경연성(RF) PCB가 유력하다. 단단한 경성(Rigid) 기판과 구부러지는 연성(Flexible) 기판이 복합된 부품이다. PCB 가운데에서 고부가가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에서는 주로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터치스크린에 RF PCB가 사용된다. 이 가운데 디스플레이용 제품이 가장 단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은 내년 연말까지 6000만~7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은 연간 2억대의 아이폰을 판매하지만 OLED 디스플레이 공급 부족으로 1개 모델에만 적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FPCB 업계 입장에서는 기존의 고객사 물량에 애플 주문이 새롭게 추가되는 것이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애플에 공급하는 FPCB는 일반 제품과 달리 몇몇 부품을 실장하는 공정이 추가, 일반 FPCB보다 매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FPCB 공급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를 FPCB에 실장하는 공정까지 국내 기업이 담당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추가 매출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협 요인도 있다. 애플이 OLED 디스플레이를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PCB 품질, 생산, 투자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OLED 아이폰이 기대와 달리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경우 과잉 투자 문제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OLED 아이폰 출시와 안정화까지 지켜볼 대목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