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선언과 탄핵 사이]탄핵 가결 여부에 대선 시나리오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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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발표장인 춘추관을 떠나고 있다.

`탄핵 후 대선이냐 퇴진 후 대선이냐?`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차기 대선 시나리오가 더 복잡해졌다. 박 대통령은 임기 단축을 언급하며 공을 국회에 넘긴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 의사를 밝힌 만큼 단계별 퇴진 이후 대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야 3당은 이를 받지 않고 계획대로 2일 탄핵 절차를 밟기로 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전제로 한 `국회 합의`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 시간표는 2일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 3당이 밀어붙이는 2일 탄핵 표결 강행은 일종의 모험수다. 야권의 바람대로 속전속결로 처리된다면 내년 2월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4월 대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단 탄핵소추안이 헌재로 넘어간 뒤 최장 180일(6개월) 동안 고심할 수 있는 시간을 다 쓰게 되면 내년 6월 탄핵 결정, 8월 대통령 선거 상황이 벌어진다. 대선 기간에는 최장 4개월 간극이 발생한다.

여당이 제시한 단계별 퇴진 스케줄은 국회 추천 총리나 거국내각 문제 등이 협의되면 내년 4월 대통령 하야, 6월 대선으로 짜여졌다. 야권 탄핵 절차와 비교하는 2개월 간격으로 딱 중간에 위치하는 시간표다. 현재 여권 비주류가 일부 탄핵과 관련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4월 퇴진 및 6월 대선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방법과 시기 면에서 탄핵보다 안정감이 있는 제안이다.

현 정국은 실익을 위한 계산보다 명분과 주도권이 중요한 시기다. 야 3당 입장에서는 새누리당의 제안이 안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동안 탄핵 정국을 이끌어 온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단계별 퇴진을 수용하게 되면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탄핵 찬성 국민의 여론도 상당수 등을 돌릴 것이 예상된다.

대권 주자들의 현재 지지율로 볼 때 2월 탄핵, 4월 대선이 유리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이를 떠나 최장 6월 탄핵 및 8월 대선으로 가더라도 명분과 주도권 차원에서 탄핵을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지 않을 경우다. 탄핵이 무산되면 여당은 제시한 4월 퇴진, 6월 대선 카드조차 거둬들일 공산이 크다. 반탄핵 세력을 결집, 아예 대통령의 임기 보장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탄핵 무산은 곧 친박(친박근혜) 세력의 건재함을 의미하는 만큼 퇴진 시나리오도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민심 역행이라는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만큼 여당 입장에서도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정국 흐름은 야 3당이 이끌고 있지만 이에 대한 캐스팅보트와 대선 시나리오 향배는여당 의원들의 손에 달린 아이러니한 형국이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