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개선한다고 해서 전구가 되지 않는다. 금융 회사는 금융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 변화해야 한다. 변화는 곧 기존 인프라를 파괴하는 것이다.”
한준성 하나금융그룹 미래혁신총괄 전무는 금융권에 불어닥친 핀테크 열풍을 이처럼 역설했다.
소비자 편의성과 높은 부가가치를 무기로 거세게 밀려오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도전으로 기존 금융기관이 누렸던 지위가 흔들리고 금융산업과 비금융산업 간 경계가 해체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핀테크 열풍을 “공급자 중심 금융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기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축했던 각종 인프라가 핀테크 시대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전무는 “금융회사 IT 투자 금액은 연 평균 4.7% 증가하고 있다”며 “이처럼 금융회사는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수조원을 쓰는 데도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을 혁신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권 역시 온라인 유통 채널 등장으로 각종 기업이 무너졌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전무는 “온라인 쇼핑몰 자체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기존 대형 유통사들은 없어지기 시작했다”며 “2016년도 금융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한 기술적 요소가 모두 마무리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기능과 하드웨어 중심에서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SW)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무는 “시장 변화에 가장 뒤처진 것이 전통 형태 은행과 오프라인 중심의 삼성전자라면 구글과 아마존, 렌딩클럽 등은 네트워크와 SW로 최고 기업으로 올라서고 있다”며 “기능·오프라인 중심 기업이 네트워크와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업이라는 산업은 사라지고 변화에 성공한 기업만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변화를 위해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기술 발전이다. 그는 디지털기술과 생물학 기반 생체인증 기술, 물리학 기반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한 전무는 “종래에는 금융기관도 속도와 범위, 영향력 측면에서 구글과 같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KEB하나은행이 집중하는 분야도 네트워크 플랫폼 구축이다. 그는 금융기관의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는 핵심 콘텐츠를 전자지갑 소비자허브로 꼽았다. 한 전무는 “현금기반 전자지갑 엔월렛 서비스가 4년이 지나 하나멤버스 서비스로 진화했다”며 “전자지갑 서비스를 직접 만드는 것보다 각 은행과 카드회사가 만드는 전자지갑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 부가가치가 높다”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