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검토 공식화...그룹 지배구조개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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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 주주가치 최적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사실상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측 제안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 엘리엇 주장을 수용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과정 중 숙원사업이었던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검토하는데 최소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은 적은 비용으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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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지분은 의결권 없는 자사주(우선주)가 15.7%로 가장 많다. 이어 보통주인 자사주가 12.8%다. 최대주주는 7.43%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이어 삼성물산이 4.18%, 이건희 삼성 회장이 3.55%, 삼성화재가 1.30%,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라움 관장이 0.76%, 이재용 부회장이 0.59%를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지분율을 높여야한다. 다만 주당 가격이 160만원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지배력을 높이기엔 2조624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만들면 삼성전자 인적분할에 이어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교환, 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 간 합병 등으로 이 부회장 측이 삼성전자 홀딩스의 지분을 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삼성전자 홀딩스는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묘안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배구조 개편이 공론화되면 계열사 간 지분율 조정 과정에서 주식 폭등·폭락 같은 혼란을 감수해야한다.

야당이 인적분할을 통해 확보한 자사주에 대해서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삼성에겐 큰 변수다. 삼성전자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평가할 때 약점으로 꼽는 지배구조를 의식한 수용 안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일단 검토 기간으로 6개월을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6개월이 가기 전, 그러니까 내년 상반기 중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길을 터놓은 만큼 검토를 거쳐 내년 5∼6월께 인적분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면 그 절차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자사주 의결권 부활→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이후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주가가 강세를 보인 이유는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삼성전자의 발표 안이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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