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로 인해 삼성그룹 인사가 미뤄질 전망이다. 미래전략실과 제일기획에 대한 연이은 압수 수색으로 혼란스러운 데다 다음 달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증인 출석까지 앞두면서 인사를 정상으로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재계는 내년으로 인사 연기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그룹이 인사를 연기하면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8년 만에 다시 연기하게 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매년 12월 초에 실시하던 정기 인사를 연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를 미루는 핵심 배경은 최순실 사태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 연루 의혹을 받으면서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 두 차례나 압수 수색을 받았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12월 6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특검 수사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과 계열사 주요 임직원이 소환돼 조사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인사를 하기에는) 국정조사와 특검 등 준비할 일과 변수가 너무 많다”면서 “현재로서는 인사를 연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도 “통상 이맘때면 인사와 관련해 다양한 하마평이 오갔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하마평은커녕 인사를 할지 말지에 대한 얘기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비자금 사건`으로 특검 조사를 받던 지난 2008년에 인사를 연기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듬해 4월 4일 소환조사를 받고 나서 5월에야 인사를 실시했다. 변수를 마무리한 다음에 인사를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국정조사와 특검 등 최순실 사태 관련 일정이 마무리된 뒤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 활동 기간이 90일, 최장 120일임을 감안하면 내년 3월 이후까지 인사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인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새해 경영계획까지 연쇄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은 통상 12월에 사장단 인사와 이어지는 임원 인사, 사업전략 수립을 위한 글로벌 전략회의 개최 등으로 경영계획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가장 먼저 단행돼야 할 인사가 연기되면서 향후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에 대기업이 대부분 연루돼 있어 경영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조사와 수사가 빨리 마무리돼 다시 기업 활동을 정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