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여주기식 출연연 혁신안으로는 안 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자발적으로 출연연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10년 후 미래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미래 프런티어 연구`를 발굴하고 전문 PD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국가·사회 현안 해결을 위한 연구에 앞장서고 노벨상 도전을 위한 `무정년 석좌연구원제도` 도입 내용도 담았다.

그동안 정부나 정치권에서 톱다운 혁신으로 진행되던 것과 달리 출연연이 스스로 바텀 업 방식으로 혁신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혁신 내용도 융합 시대에 맞춰 출연연 간 협업 연구나 기업이 쉽게 하지 못하는 장기 대형 프로젝트에 맞추는 등 시류를 잘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구 자율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제대로 된 연구 성과를 도출해 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출연연이 발표한 혁신 방안을 실천으로 옮긴다면 그동안 침체된 연구 문화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출연연 혁신 방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바텀 업 방식의 자율 혁신 방안이 자칫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출연연 안팎에서는 혁신안이 화려해 보이지만 과연 스스로 뼈를 깎는 변화의 내용을 담았는지 반문한다. 특히 과제 집행자에게 인력 선정, 과제비 집행권 등 자율 권한을 파격으로 부여하면서도 책임에 대한 언급은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자율성이 빛을 보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모럴해저드나 하향평준화를 막을 수 있다.

출연연 혁신의 본질 문제로 꼽혀 온 정체성 역시 피해 갔다는 지적이다. 기업이나 대학과 다른 혁신 주체로서 출연연의 임무와 그에 따르는 조직의 변화 방향이 언급되지 않았다. 1960년대 만들어진 지금의 출연연 조직이나 임무 내용이 변하지 않는다면 출연연의 혁신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출연연은 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혁신안에 주요 내용이 빠졌다면 다시 머리를 맞대고 보완해야 한다. 출연연 혁신안이 이번에도 보여 주기로만 끝난다면 국민들의 불신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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