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하늘 위 무선통신이 뜬다

해외로 떠날 때면 으레 설렌다. 업무상 출장이라도 마찬가지다.

항공기 창밖을 보면서 들뜬 기분을 사진에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지인들과 메신저로 대화도 나눈다. 노트북을 열어 출장 준비를 하느라 밀린 업무도 해결한다.

최근 항공기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에까지 서비스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문자나 겨우 보내는 수준이 아니라 불편 없이 동영상 시청이 가능할 정도로 속도도 개선됐다.

세계 최대 해양용 위성통신 사업자 말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72개 항공사가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 국적 항공사가 22개로 가장 많고, 유럽이 21개로 그 뒤를 이었다. 중동·아프리카는 17개, 북미 지역은 9개다. 라틴 아메리카는 3개로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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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사 2015년 3분기 수익 감소율(출처: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

◇주요 항공사, 앞다퉈 와이파이 서비스

독일 루프트한자는 세계 최초로 기내 와이파이를 도입한 항공사다. 2004년부터 미주·아시아 노선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기내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세계 1위 위성통신사업자 `인말샛(Inmarsat)` 위성을 이용하고 있다. 인말샛은 세계 최초로 Ka밴드 상업위성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에어버스 그룹 A320 단일 통로 제트기에도 무선 인터넷 장비를 도입했다. 내년부터는 지상기지국과 위성통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무선 인터넷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인말샛이 도이체 텔레콤과 개발하는 `유럽항공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유럽 저가 항공사 노르웨지안 에어 셔틀은 수년 전부터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탑승객이 가져온 단말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물론 주문형비디오(VoD) 시청도 가능하다. 이·착륙 때를 제외하면 언제나 쓸 수 있다.

영국항공(BA)도 이르면 내년 중반부터 기내에서 4G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말샛과 기내 4G 와이파이 서비스 구축 준비에 들어갔다.

에미리트항공은 연간 약 2000만달러(약 215억원)를 투자, 기내 무료 와이파이 시설을 구축했다. 탑승객은 10MB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통화도 가능하다. 데이터를 추가 이용하려면 비용을 더 내면 된다.

세계 최대 항공사로 꼽히는 미국 델타항공은 장거리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기내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하루 200편 이상 규모다.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고고(Gogo)의 초고속 Ku밴드 통신 위성을 이용한다.

유나이티드항공도 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오가는 일부 항공기에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아메리칸항공은 국내 노선 대부분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버진아메리카, 제트블루항공 등도 마찬가지다.

둥팡항공, 난팡항공 등 중국 주요 항공에서도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둥팡항공은 국제선 일부에 제공하던 와이파이 서비스를 올 2월부터 국내선에도 확대 적용했다.

◇와이파이, 항공사 성장 동력으로

기내 와이파이가 항공사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무선 인터넷 유무에 따라 항공사를 결정하는 승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이슬란드에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승객 3명 가운데 2명은 기내 와이파이가 항공사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응답자 22%는 돈을 더 내고 와이파이가 가능한 항공사를 이용했다. 17%는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항공사로 바꿨다. 10명 가운데 3명은 이미 티켓을 구매했어도 와이파이가 가능한 항공사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와이파이는 20대 승객이 뽑은 최고의 기내 서비스로 뽑히기도 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최근 세계 145개국 6920명 승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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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사 2015년 3분기 수익 감소율(출처: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

항공 여행의 질을 높여 주는 서비스 관련 질문에 18~24세 승객은 `기내 와이파이`라고 답했다. 25∼44세 승객은 `여행 관련 통보를 온라인으로 제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파이로 항공사 실적도 엇갈렸다.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제트블루는 미국 항공사 가운데 실적이 가장 높았다. 업계 전체가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감소율이 0.6%로 가장 낮았다.

그 뒤를 버진아메리카가 2.6%로 이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와이파이 서비스다.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가 소비자 선택은 물론 항공사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더 늘어나

최근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가 확대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안전 관련 규제 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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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방식별 전 세계 항공기 기내 와이파이 커버리지 비교(출처:마링크)

2013년 10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기 내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등 승객의 휴대용 전자기기(PED) 사용을 허가했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이 가능한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주파수가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도 FAA의 영향을 받아 일정 범위의 휴대용 전자기기를 거의 규제 없이 사용하는 방침을 그해 11월에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을 이유로 제한하던 규제가 완화되면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확대에 걸림돌이 없어졌다”면서 “남은 숙제는 인터넷 속도와 경제성”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