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불확실성 증대로 내년 한국경제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경쟁심화에 따른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LG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은 27일 보고서를 내고 내년 한국경제를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측했다. 올해 전망치 2.7%보다 0.2%포인트 내린 수치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는 2.4%, 하반기는 2.7%로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띠겠다고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은 “가계부채 원리금 부담이 늘면서 소비성향은 하락 추이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유가 반등, 소득 증가세 둔화, 구조조정 여파로 인한 고용 악화 등은 소비 억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 올해 부진을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수출액(통관 기준)이 5007억달러로 올해보다 2.1%, 수입액이 4150억달러로 3.6%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별로는 조선, 철강, 섬유, 가전, 정보통신기기 등은 내년에도 글로벌 공급과잉이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조선, 철강, 가전 등은 글로벌 공급 심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침체도 겹쳐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정보통신(IT)산업을 중심으로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조선(-12.3%), 자동차(-3.6%) 등은 하락세가 계속되겠다고 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ICT와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은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건설과 석유화학 업종은 후퇴기에 접어들고, 조선업은 침체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올해 침체기를 보냈던 ICT와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 경기가 국제 교역 개선으로 내년에는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ICT는 올해 1분기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하반기 들어 개선세다. 이 때문에 ICT 업종은 내년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 증가세가 기대된다. 그러나 해외생산 확대와 글로벌 업체 간 경쟁 심화, 스마트폰 시장 성숙화 등은 성장세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내년에는 미국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신흥국의 회복세 등으로 생산과 수출 증가율이 반등할 전망이다. 다만 해외현지생산 증가와 글로벌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증가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호황을 누렸던 건설과 석유화학은 후퇴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LG경제연구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경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및 수송인프라 분야에서 투자규제를 철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LG연은 미국이 에너지 정책에서 규제를 완화하면 셰일에너지에 기반을 둔 석유화학 수출이 늘면서 한국 기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 개연성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미국 통상정책 변화로 미·중 간 무역 갈등이 현실화되면 석유화학 수출에서 45.4%를 차지하는 한국산 석유화학 제품의 대(對) 중국 수출도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내외 불확실성 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국내 경기 안정화 및 경제 체질 개선 노력에 주력해야 한다”며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대응 방안 마련과 수출 시장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