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무역기술장벽(TBT) 극복에 수출 활력 달렸다

#중국은 전 지역에 적용되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차이나6`를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베이징 지역에만 적용되는 `베이징6` 규제를 2017년 12월부터 추가로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문제는 이 두 규제가 평가 기준과 시험 방법이 달라서 자동차 업체들이 지역별로 다른 차량을 개발·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중국 환경부에 기업 애로를 전달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위원회 양자협의를 통해 규제 통합과 기준 완화를 꾸준히 요청했다. 결국 중국은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차이나6로 일원화하고 일산화탄소 배출량 등 세부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술 장벽을 민·관 합동 노력으로 해결한 것이다.

장기 부진에 빠진 우리나라 수출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 공동 TBT 대응 협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TBT는 나라마다 다른 기술 규정, 표준, 인증 등이 무역에 불필요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표준과 일치되지 않는 표준, 자국 제품과 수입 제품 간 차별 대우, 적합성 평가 절차 중복 등이다. 적용되는 법률과 기술 규정이 투명하지 않거나 관료주의식 절차 등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장벽도 포함된다. TBT는 자국민 안전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북미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것이 개발도상국 등 전 세계로 환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TBT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WTO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TBT 통보문은 73개국에서 총 1989건이 발행됐다. 통보문 가운데 신규 규제가 1442건, 개정 24건, 추가·정정이 523건을 각각 차지했다.

직전 3개년 동안 2000건이 넘던 통보문 수가 소폭 줄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심각성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기술 규제 정보 수집조차 쉽지 않은 개도국의 신규 규제가 1124건으로 총 신규 건수의 78%나 차지했다. 여기에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WTO에 통보하지도 않은 숨은 기술 규제가 증가하고 있어 정보력과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수출 애로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으로 관세 장벽이 낮아지자 기술 장벽과 같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자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WTO 회원국들이 이의를 공식 제기하는 특정무역현안(STC)의 증가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20여건을 기록하던 STC는 2010년 이후 매년 1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86건을 기록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스웨덴 등에 총 8건의 STC를 제기했다. 우리나라가 받는 STC는 2건이다.

이에 따라 TBT 해결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공동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부는 1년에 세 번 열리는 WTO TBT위원회 정례회의, 주요 교역 상대국 양자회의 등에 참석해서 TBT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TBT위원회 정례회의에선 중국 베이징6 연비 규제 일원화 외에 인도의 휴대형 이차전지 셀 단위 인증 철회, 우루과이의 에어컨 에너지효율 인증 의무화 완화 등의 성과를 거뒀다. 29건의 규제 개선 안건을 8개 당사국과 논의해 12건은 규제 폐지 또는 완화를 끌어내고, 5건에 대해서는 긍정 검토 약속을 받아 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27일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들도 기술 규제 도입을 확대하고,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로 해외 기술 규제 신설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우리 기업의 기술 규제 관련 수출 애로를 취합, 민·관 공동으로 해결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요 수출 대기업들도 해외법인과 지사, 전문업체로부터 각종 규제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하는 등 전사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규제 관련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한편 신규 규제 제·개정 활동에 참여, 리스크를 사전에 대응한다. 그러나 비합리한 규제나 공표 즉시 시행되는 규제가 지속 발생, 민·관 협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김봉석 LG전자 상무는 “중국 에너지 라벨링 규제는 민·관 협력으로 TBT에 적극 대응, 시행일의 유예를 끌어내는 좋은 사례가 됐다”면서 “신흥국의 기술 규제 강화 정책 기조는 국가 간 제품 시험 결과 상호 인정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