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거래로 총수일가 사익을 챙긴 대한항공과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한다. 해당 법이 적용되기 전 `땅콩회항` 사태로 자리에서 물러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검찰 고발을 피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대한항공과 계열사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과징금 총 14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대한항공(법인)과 조원태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27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인터넷 광고수익을 싸이버스카이가 갖도록 하는 등 방식으로 싸이버스카이와 한진그룹 총수 자녀들에게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
싸이버스카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 3인이 주식 100%(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각 33.3%)를 보유하던 회사다. 2015년 11월 대한항공이 지분 전량을 매입해 현재는 대한항공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에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구매 예약 웹사이트(싸이버스카이숍) 운영을 위탁하던 중 자사가 대부분 업무를 수행한 인터넷 광고 수익을 전부 싸이버스카이가 갖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가 통신판매하는 `제동목장 상품`과 `제주워터` 관련 계약상 받기로 한 판매수수료(판매금액의 15%)를 이유 없이 면제해 줬다.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를 통해 판촉물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마진율을 3배 가까이(4.3%→12.3%) 올려 과다한 이익을 제공했다.
대한항공은 유니컨버스에 콜센터 운영 업무를 위탁한 후 시스템 장비 사용료, 유지보수비를 과다 지급하는 방법으로 유니컨버스와 그룹 총수 자녀들에게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 유니컨버스는 조양호 회장 일가가 주식을 100% 보유한 회사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뿐 아니라 지원 받은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도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대한항공과 거래조건이 정상보다 자사에 상당히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해당 거래를 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조원태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상 3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 시행일(2015년 2월) 이전에 자리에서 물러나 법 위반을 적용하지 못했다.
과징금이 크지 않은데 대해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 시행이 오래되지 않아 법 위반 기간이 짧고 관련 거래규모도 크지 않아 과징금액이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적발해 조치했다”며 “대기업 집단 소속 회사가 경제적 부를 총수일가 개인에게 부당하게 귀속시키는 내부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