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터넷만큼 뜨거운 공간도 없을 것이다.
좌파와 보수, 여성과 남성, 남과 북, 영남과 호남, 지역과 수도권, 청년과 노인으로 갈려서 서로 대립하는 구도다. 서로를 적대시하고 혐오하는 수준은 거의 극에 이른다. 국가 공동체의 같은 구성원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헐뜯고 비방한다.
문제는 이런 대립과 갈등이 점점 더 치유되지 않는 고착화된 갈등과 대립으로 굳어지고 있는 점이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월드컵이나 올림픽 이외 시간에 한마음 한뜻이 있기나 한 걸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처럼 뜨거운 인터넷이 자유도 면에선 수준 이하로 뒤처져 있다. 미국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낸 `2016년 인터넷 자유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유도 점수 36점으로 조사 대상국 65개국에서 22위를 기록했다. 0에 가까울수록 자유도가 높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정치적 국가 지위보다 훨씬 낮은 점수에 그쳤다. 심지어 필리핀(13위), 브라질(18위), 나이지리아(20위)에도 뒤졌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보급률이나 활용도는 세계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자유도나 사용자 품격, 책임 있는 권리행사 등에선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인터넷 자유도 문제는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사회 불통·불협화음 논란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흘려버릴 주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 분풀이하듯 적개심으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상대로 공격하지만 이것보다 더 많은 사람은 무엇인가에 조종 받거나 여론이 조작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품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빅브라더`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인터넷이 자유 공간이 아니라 관찰되고 조작되는 공간이란 것쯤은 대부분의 이용자가 알 정도가 됐다.
인터넷이 생산적이고 건강한 사회 공통의 의견 개진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인위적 조절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든 사업자든 이해관계자 모두가 말이다. 내버려 두면 오히려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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