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계표준에 도전하는 한국형 학술논문식별체계(K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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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음성, 화상, 이미지 등 디지털 콘텐츠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사용도 편리해서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디지털 콘텐츠는 불법 유통과 저작권 침해로 사회 병폐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저작권단체협의회의 `2016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는 연간 2조원이 넘고, 불법 복제물로 인한 생산 감소는 연간 3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선진국 시장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미국 디지털 콘텐츠 마켓 윈벤션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9.5%가 유료 콘텐츠를 구매했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20대는 81.8%나 구매했다. 콘텐츠 저작권 인식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1990년대 중반에 인터넷 확산으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식별시스템 DOI(Digital Object Identifier)가 개발됐다.

DOI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디지털 콘텐츠에 부여한 고유 식별 번호로, 인터넷 상에서 문서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콘텐츠 관리 및 유통 효율화로 유통 비용을 감소시킨다. 한 번 적용하면 영구히 변경되지 않아 콘텐츠에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다. 시스템 도입 15년 만에 국제표준규격으로 채택될 만큼 성공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2009년부터 DOI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 식별시스템 UCI(Universal Content Identifier)를 개발, 보급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UCI 운영 주체가 한국저작권위원회로 변경되면서 콘텐츠 유통 현황 파악과 저작권 정보의 통합 관리가 가능해졌다. 대표 사례로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Korea Citation Index)을 들 수 있다.

KCI는 엄선된 양질의 국내 학술지를 선정, 해당 논문 및 인용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대표 학술 정보 데이터베이스(DB)다. 현재 127만편 이상의 우수한 논문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10만편 이상 늘고 있다. UCI 식별 시스템을 통해 논문 원문, 저자 정보, 학술지 정보 등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도록 지원한다. UCI를 활용해 학술지별, 논문별, 저자별 인용 정보 DB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학회지가 DOI를 선호하고 있다. DOI 발급 여부에 따라 국제학술지 등재 시 가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DOI가 우리나라의 모든 학술논문 식별자로 정착된다면 적지 않은 금액의 국부 유출이 매년 발생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학술논문의 UCI 활용이 국제표준이 된다면 DOI 학술지 시장 독과점을 막을 수 있다.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연구재단도 UCI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KCI 시스템에 논문 등록 시 UCI 기반 검색으로 참고문헌 입력을 지속 유도하고, 모든 학회를 대상으로 KCI에 등록한 논문을 일괄 다운받도록 해 데이터 교류 표준 포맷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3.0 정책과 관련해 공공 데이터의 적극 개방과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공공 저작물의 무분별한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UCI 역할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러 기관〃단체의 협조와 재단의 다양한 혜택 등 UCI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앞으로 글로벌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을 날이 올 것이다.

이상엽 한국연구재단 학술기반진흥본부장 leesy@nr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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