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 차량용 연료 사용 확대가 새 국면을 맞았다. 운전자,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LPG를 차량 연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연이어 발의됐고 정부가 친환경차 기준을 새롭게 정하기로 하면서 LPG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관련부처 의견은 갈린다. 환경부는 수송 분야 미세먼지 감축 대안으로 LPG를 주목하는 반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수급, 에너지원간 세율차 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LPG를 수송 연료 한축으로”
LPG를 휘발유, 경유와 더불어 수송 연료 한축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LPG 사용제한 철폐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여야에서 각각 발의됐고 친환경차 기준에서 `클린디젤`이 빠진 자리를 LPG가 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곽대훈·윤한홍(이상 새누리당)·이찬열(무소속) 의원은 LPG 사용 제한 폐지를 골자로 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각각 발의했다. 세 의원 모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다.
지금은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자동차와 사용자가 연료로 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액법 28조).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액법 73조 제3항 제5호). 곽, 윤 의원은 개정안에서 두 조항을 삭제했다.
이 의원은 다목적 승용차(RV) LPG 사용 기준을 현행 7인승에서 5인승으로 완화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사용 제한 철폐 개정안 처리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우선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달 17일엔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친환경 자동차 기준에서 천연가스 자동차와 클린디젤 자동차를 삭제하고 `대기환경보전법` 배출가스 허용기준이 적용되는 자동차 가운데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자동차를 새롭게 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이 골자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LPG가 새롭게 친환경차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LPG 사용제한을 풀고 한발 나아가 보급 확대에 여야가 뜻을 같이 하는 이유는 경유차 폭증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민생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LPG를 휘발유, 경유처럼 동등하게 차량 연료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가 나섰다.
이찬열 의원실 관계자는 “LPG 사용제한은 과거 에너지 수급 상황이 반영된 조치”라며 “미세먼지 배출 증가로 인한 국민 보건 환경이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이제는 사용제한을 풀어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 제한 빗장 풀릴 가능성은?
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시행일이 모두 내년 1월 1일이다. 국회 법안 처리 과정을 감안하면 올해안 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내년 초 본격 처리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 발의 시기와 현재 국회 운영 일정을 보면 사실상 올해 법안 통과는 쉽지 않다”면서 “미세먼지 이슈가 불거지는 내년 봄부터 법안 처리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여야 내부에서 공감대 형성된 것과 달리 정부 내부엔 온도차가 있다. 환경부가 수송 분야 미세먼지 저감 대안으로 LPG 보급 확대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반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사용제한 해제 시 상대적으로 싼 LPG 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LPG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세수도 줄어든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이 붙는 LPG 사용량이 늘면 유류세입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논리다.
현재 디젤에 부과한 유류세는 리터당 약 625원, LPG는 300원 정도다. 하지만 연비는 LPG가 디젤 대비 열세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쉐보레 말리부 2.0리터 디젤과 LPG 표시연비는 각각 13.3㎞와 7.5㎞다. 둘 모두 1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디젤은 7.5리터, LPG는 13.3리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나오는 유류세는 디젤이 4672원, LPG는 3990원이다. 세입결손이 발생하지만 세율을 일부 조정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다. LPG 사용제한 완화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줄어들 때 얻는 환경적 편익이 더 크다는 주장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국산차 배출가스 평균등급은 LPG 1.86, 휘발유 2.51, 경유 2.77 순이다. 배출가스 등급은 질소산화물(NOx) 등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CO2) 배출량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하며 1등급에 가까울수록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EURO-6 경유차 대비 LPG 차량 NOx 배출량도 88~96%가량 적다. 그랜저2.2(경유) 모델이 1㎞ 주행 시 NOx 0.366g 배출할 때 YF쏘나타2.0(LPG)은 0.012g 배출하는데 그쳤다.
미세먼지 배출량은 경유차 93분의 1, 휘발유차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친환경차 보급이 더딘 과도기적 상황에서 LPG 차량 보급 확대로 휘발유, 경유, LPG 간 적절한 수송연료 믹스를 찾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내년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세먼지 피해가 급증하고 있고 무엇보다 여야 이견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현행법은 LPG 공급이 원활하지 않던 1982년 건설교통부 고시를 1999년 법으로 상향시켜 지금까지 유지해온 것으로 대기오염을 악화시키고 자동차 및 자동차연료생산 기술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변화된 시대상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LPG가 수송용 연료로 도입될 당시에는 수급 우려로 사용을 제한했지만 지금은 셰일가스 생산에 따른 공급량 확대로 수급이 원활하다”면서 “휘발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경유보다 미세먼지 발생이 적은 친환경 연료로 인정받으면서 세계 LPG 차량 판매가 매년 10%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LPG차 등록대수>
<EURO-6 vs LPG NOx 배출량(g/km)>
<LF쏘나타/K5(자동) 유종별 배출가스 비교표 >
< 사용 연료별 평균 배출가스 등급 현황>
최호기자 snoop@etnews.com